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수생 Mar 13. 2022

딸, 너라면 어떻게 할래?

"너라면 어떻게 할래?"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돌아와 밖에서 묻히고 온 먼지들을 털고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하루 중 있었던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이야기 하나를 꺼냈다.


업무를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내가 맡은 업무는 아니지만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내가 대신 받은 전화였다. 

"편입학에 대해 문의하고 싶은데요?"

"네. 말씀하세요. 어떤 게 궁금하세요?"

"우리 딸이 편입학을 할 수 있는가 해서요?"

"조건이 맞으면 응시는 당연히 가능하고요. 최종 합격은 면접 등의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갑자기 전화를 주신 그 어머니께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울음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본인 딸이 지금까지 내 옆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데 대학을 좀 멀리 가게 되었다. 그래서 가까운 우리 대학에 편입학을 보게 하려고 한다. 수능을 다시 보라고 했더니 그건 싫다고 해서, 바로 편입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궁금해서 전화했다는 것이다.


이제 대학교 신입생인 따님이 바로 편입학을 할 순 없다고 답해드렸다. 2학년까지는 다니고 3학년으로 편입이 가능하다고 했더니, "그럼 어쩔 수 없이 지금 대학교에 2년은 더 다녀야겠네요"라고 말하시며 또 크게 우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 정도 달램과 답변을 건네며 전화를 끓었다.


전화를 끓고 나서도 퇴근할 때까지 통화했던 그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나도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딸이 원하는 게 어떤 건지 물어보셨나요?라는 질문을 하지 못했다는 걸 후회했다. 딸이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본인도 집 근처 학교로 오길 원할 수도 있지만, 지금 입학한 대학에서 독립해서 사는 걸 원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딸에게 했다. 아내는 내가 짐작한 바와 같은 말을 했다. 

"딸이 하고 싶은데로 하게 해 줘야지. 그리고 나는 그런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내가 학교에 전화 안 해. 필요하면 본인이 직접 해야지. 당연히 이번에는 엄마가 궁금하니깐 전화했겠지만 나는 우리 딸 고등학교 졸업하면 독립시킬 거야. 괜찮다면 고등학교부터 기숙학교로 보내고 싶기도 하고"

내 직업이 대학교 교직원이지만 나와 아내는 딸이 대학에 가는걸 크게 원하지 않는다. 딸이 가고 싶다면 보내겠지만 굳이 가야 하나 싶은 생각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다.


"딸. 그럼 네 생각은 어때? 대학교 가도 아빠랑 집에서 살 거야?"

"봐서~~"

"뭘 봐서?"

"그때 가봐서 살고 싶으면 살고 아니면 말고"

"대신 네가 대학 가고 싶다고 하면 등록금은 내주지만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야 된다"

"응. 근데 그럼 내 돈으로 주식 투자해서 손해본건 어떻게 할 거야. 삼성"

"... 미안. 오를 거야. 그때는"


아이들이 커갈수록 어디까지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한다. 고등학교 까지, 대학교 까지, 취업 때까지, 결혼하면 집까지 사줘야 끝나나 그것도 아니면 아이라도 낳게 되면 그 아이들까지 돌봐주어야 하는 건가, 끝이 있긴 한가, 그래도 어느 정도에서는 선을 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


이른 고민일 수도 있지만 살아보니 걱정되는 사건들은 시간이 금방 흘러 눈앞에 다가오는 걸 알고 있기에 미리 많은 생각을 해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고민한다고 해도 결국 눈앞에 닥쳐야만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하게 되겠지만 그 결정이 나와 자녀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으로 종결되길 바랄 뿐이다.


오늘 전화 주신 그 어머님과 따님도 누군가 눈물 흘리지 않고 서로가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복직 첫날의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