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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Mar 04. 2022

복직 첫날의 기록

40대 직장인의 일상 기록

1년간의 휴직을 끝내고 다시 회사로 출근을 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등교라 신이 났던지 일찍 학교에 데려다 달라해서 집에서 빨리 나왔더니 덕분에 출근을 일찍 하게 됐다.

직장이 대학교이다 보니 출근시간보다 한 참을 빨리 온 김에 오랜만에 학교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아봤다. 걸을까도 했었지만 날이 쌀쌀한 관계로 차를 타고 크게 한 바퀴를 돌아다녔다. 아직도 코로나가 유세를 떨고 있음에도 원칙적으로 대면 수업을 하기 때문인지 이른 시간이지만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과 휴직으로 학생들이 학교 캠퍼스를 활보하는 모습을 2년간 거의 볼 수 없었다. 학생들이 돌아다니는 캠퍼스는 복직하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활기차 보였다. 오랜만의 출근에 따른 긴장감을 풀기 위해 돌아다닌 건데 더 싱숭생숭 해졌다.


그래도 출근시간이 가까워졌으니 새롭게 근무하게 될 사무실이 있는 건물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면서 드는 생각은 너무 민망한데 사무실 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가나 였다. 휴직 전 학교에 근무 중인 상황에서 타 부서로 발령이 나면 전 소속 부서 직원들과 함께 발령받은 부서로 가서 인사도 나누고 하기에 덜 긴장되는데, 쉬다가 돌아온 관계로 혼자 낯선 부서 문을 열고 들어가 대부분 처음 보는 직원들이 앉아있는 곳을 향해 뻘쭘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니 사무실에 앉아 있는 분들 대부분이 "누구지?" 하며 쳐다보는데 민망함과 뻘쭘함이 2배가 되었다. 그때 사무실 저쪽 끝에 다행히 평소에 잘 알고 지낸 직원분이 반갑게 인사도 해주고, 처음 뵙는 직원 몇몇에게 소개도 시켜주셔서 그 이후엔 불편함이 조금은 덜어졌다.


그렇게 복직 후 첫날 근무가 시작되었다. 업무를 배정받지 못해 일은 할 게 없었지만, 사무실 컴퓨터 앞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것만도 힘들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어제 까지만 해도 집 청소하고 있었을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장소 다른 상황이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첫날의 일은 대부분 인사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업무를 배정받지 못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출근을 했기에 전화로라도 인사를 드려야 할 분들이 많이 있어서 열심히 전화기를 돌렸다. 대부분 복직을 축하한다고 말해 주어서 감사합니다로 대답을 하고 있었는데, 한 분이 "축하해 줘야 하는 거야? 위로해 줘야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니 그때서야 나도 복직이 축하받을 일인지 위로받을 일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잠시 후 고민해서 뭐하냐라는 생각으로 아직까진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9시 출근해서 18시까지 하루 종일 일하는 직장인의 어려움과 고됨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이런 생활을 14년 넘게 해왔던 과거의 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생활을 버티기 위해 더 대단해야 하는 미래의 나에게 응원을 보낸다.


이제 다시 난 직장인이 되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앞으로의 많은 인생 계획을 세워 두고 있긴 하지만 우선은 예전처럼 그렇게 직장인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그것도 예전보다 더 열심히 하고자 마음먹었다.(아직까지는) 이 마음이 오래도록 유지되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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