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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Aug 05. 2022

딸이 4박 5일간 집을 비웠다.

처음이다. 4박 5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딸이 집을 비우게 되었다.


살고 있는 지역에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를 진행했는데 지원자가 별로 없어서 예비 중학생인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도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아내가 딸의 의사를 묻고 신청을 했고, 갈 수 있게 되었다. 8월 1일 월요일부터 8월 5일 금요일까지 이기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딸이 출발하기 전날부터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기 전날을 딸아이가 펑펑 울고(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된다고 했더니 가고 싶다고 하면서도 운다.), 딸이 가는 순간부터 울기 시작한 7살 막둥이는 매일 잠들기 전마다 "누나 언제 와? 누나 보고 싶어 엉~~"하면서 10분은 넘게 울어야만 잠이 든다.


나는 당연히 걱정은 하지만 그렇다고 운다거나 연락만 기다린다거나 하진 않는다. 그래서 아내에게 요즘 매일 "참 사람 정 없다"라는 말을 수십 번도 더 듣고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 딸이 잘하고 있을 거라 믿으니깐 그런 거지"라며 대답을 한다.


엄마와 아빠와 동생의 차이인지 각자 성격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도 딸이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계속 신경 쓰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티를 내느냐 안 내느냐의 차이뿐이다.


암튼, 말 많고 목소리 크고 잘 웃고 잘 우는 딸이 없으니 집이 확실히 조용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에선 딸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 저녁을 먹고 난 후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밤 시간이 왠지 더욱 길다.


3일째 저녁에서야 아들은 울지 않고 잠이 들었다. 4일째 아침 엄마와 딸의 통화에서 엄마는 서운함을 느꼈다.

"거기 좋아?"

"응. 너무 재밌어"

"엄마 안 보고 싶어?"

"보고 싶긴 한데 여기 너무 좋아"


이렇게 딸은 내 믿음대로 잘 먹고 잘 놀고 있다. 큰아이가 1학년 때인가 학교에서 1박 2일 연수를 간 적이 있는데 그날 밤에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너무 울길래 선생님이 달래서 겨우 재웠다고 했었는데 이젠 울기는커녕 늦게까지 친구들하고 잘 웃다가 잘 자고 있다고 한다.


대견하면서도 서운하면서도 좋으면서도 섭섭한 그런 기분이다.


이제 우리 딸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갈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또 열심히 부대끼며 웃고 울고 싸우고 즐기며 잘 살아봐야겠다. 그 모든 시간이 딸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추억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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