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김정은이 아니에요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
목적지 공항에 내렸다.
어둑어둑한 밤이어서 그런지 단체관광객은 없었다.
한국어를 쓰는 두 명의 배낭여행객을 마주한 이후로 아시아계의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아이와 나는 미리 예약한 택시에 탑승해야 한다.
한 손은 유모차를 끌어야 하고, 한 손으로는 가방을 끌어야 하는데
가방이 네 개라서 미리 쿠팡에서 구입 한 캐리어 연결 끈으로 큰 가방 네 개를 묶고
흡사 난민처럼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가방 네 개를 밴드로 엮어서 유유히 끌고 가는 사람이 그 나라에는 없었던 걸까.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치 기인열전을 보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얘들이 저것 좀 봐. 저 억척스러운 여자가 혼자 저걸 다 끌고 가네.
내가 신기한 건지, 아니면 이 밴드가 신기한 건지.
순간 이 연결끈을 공항에서 팔면 꽤 쏠쏠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그 나라의 언어를 잘 모르지만 언제나 귀는 열려있다.
내 귀에 또렷이 들린 말
"역시 중국인들이야."
나는 한국인입니다.
어느 나라나 택시 기사님들은 대화를 좋아한다.
"너 중국인이니?"
"아니."
"아 그럼 일본인이니?"
"아니. 나 한국인."
"아. 꼬레아! 북쪽에서 왔니? 남쪽에서 왔니?"
"아하하. 당연히 남쪽."
"아 그렇구나. 킴정운은 나빠."
"하하하." (응? 갑자기?)
다음날 다른 택시를 탔다.
"너 일본인이니?"
"아니. 한국인이야."
"아! 그래. 저 앞에 저 차 한국 거지?"
"싸.. 앙 요오옹. 그러네. 한국차네."
"넌 북에서 왔니 남에서 왔니?"
"... 남쪽!"
"그렇구나. 시진핑은 나빠." (외모가 비슷한가? 가지가지한다 진짜 정말)
외국행이라고는 3일간의 일본 출장이 전부였던 나는
한국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로 그의 이름이 나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끼리야 당연히 해외에서 한국인을 본다면 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들은 왜 북한사람이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처음에 저 사람들이 농담으로 묻는 줄 알았는데
진짜 북한사람인지 남한사람인지 궁금해서 묻는다는 걸 머지않아 깨달았다.
마트에 가서 물과 음료 등 먹을거리를 사고 계산을 했다.
그는 입이 드릉드릉 근질근질한 채로 나에게 환영의 눈빛을 보였다.
"안녕. 너 일본인이니?"
"아니. 나 한국에서 왔단다."
"아 꼬레아. 그렇구나... 흠흠. 사요나라!!"
"응... 안녕..."
그는 어디선가 배운 사요나라라는 말을 꼭 써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암. 이해하지. 그럼.
숙소에는 이십 대 청춘들이 몇 있었다.
내가 아이 밥을 먹이고 있으니 그들은 또 신기한 눈빛을 하며 말을 걸었다.
"어머. 아기 귀엽다. 안녕 아가야."
아이는 유튜브 영상과 입에 들어오는 음식에 빠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이. 안녕! 대답 좀 해주라. 이봐!"
"..."
"헤이. 여보세요. 날 좀 보라고. 이봐. 정국! 지민!"
Bts의 인기가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실은 난 티브이를 볼 시간이 없어서 그 스타들의 이름을 잘 몰랐다.
"너 아직도 대답을 안 하네. 이봐 킴정운!!"
아이는 어디서 큰 소리가 나니 목소리의 방향을 쳐다보았다.
"와하하하. 그가 날 쳐다봤어. 너 킴정운 맞네. 너 돼지 킴정운이었어. 하하하."
그게 재밌냐? 너 그러다 피똥 싼다?
해가 저물면 문 연 가게도 없고 길에 사람도 없어서 저녁 산책은 꿈에도 못 꾸었다.
심심한 아기를 위해 게임 어플을 다운로드하려고 '아기 게임'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했다.
그런데 첫 줄에 등장한 '김정은 게임'
아이콘에는 그의 캐리커쳐가 등장했다.
와... 생각보다 진짜 유명하네. 어쩌면 방탄소년단 보다도.
그렇지만 내 아들은 김정은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