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의 연속
인터넷기사나 유튜브 영상에서도 ChatGPT 이야기가 한창이다. 영어학습을 주제로 한 유튜버는 ChatGPT를 활용한 공부법을 소개하고 ChatGPT의 올바른 사용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여러 개 눈에 띈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몇 개의 영상을 보고 네이버에서 검색한 뒤 ChatGPT에 가입했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첫 질문을 했다. 나의 첫 질문은 요즘 나의 가장 핫한 이슈인 건강관 관련된 질문이다. "갱년기 여성인데,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까?" 아.. 나의 첫 질문이 이 질문이라니. 소심하게 질문을 던지자마자 바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말하는 속도와 똑같거나 더 빠른 속도로 대답을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 뛰는 소리를 느끼면 그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두 번째 질문은 딸아이의 영어공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화상영어를 하다가 멈춘 상태여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문득 궁금해져서 이 질문을 던졌다.
엄마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영어 스피킹, 독해, 단어, 문법으로 나누어서 학습 방법을 알려주었다.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조언도 건넸다. 어느 정도의 정확성이 보장되는지 모르겠지만 영어 과외선생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그럼 영어 과외 선생님이라는 직업도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내 직업은 어떻게 될까? 두려운 마음도 올라왔다. 뭔가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그 파도에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이었다. 잘 활용하고도 싶고 두렵고 섬뜩한 마음도 올라왔다.
세 번째 질문은 인스타그램에서 릴스를 통해 라이프코칭을 알리려면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지, 성공사례를 알려달라고 했다. 정확이 5초 후에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그 짧은 순간에 '이걸 알아들었을까? 내가 원하는 뾰족한 대답을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답변을 읽어나가는데 정말 놀라운 아이디어였다. 아니 이런 신박한 답변을 해주다니. 얼굴까지 발갛게 달아올랐다.
' 이 아이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답변 내용에 신뢰가 가기 시작했다. 읽어 내려가면 연신 "와... 와.. 어머..."를 반복했다.
AI에게 1년은 우리 인간의 100년 이상의 시간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이렇게 놀라운데 앞으로 어떻게 진화가 될지 기대와 함께 진심으로 우려가 되었다.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살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유명한 일타강사인 '현우진'강사는 앞으로 살아갈 시대는 학력이 아닌 실력이 중요하다. 그 실력은 사고력이라고 이야기했다.
AI보다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소통력이라고 생각한다. AI가 아주 짧은 시간에 정보나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해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따뜻한 소통력은 대체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 사람의 선한 의도를 알아차리고 감정을 나누고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알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그들의 눈과 마음을 본다. 그리고 그의 존재 옆에서 그를 따뜻하게 비추는 역할을 한다.
남편과의 갈등으로 코치를 찾은 고객에게 할 수 있는 질문을 알려달라고 하자 그럴듯한 질문 LIST를 뽑아주었다. 내가 했을 법한 질문들도 있다. AI가 알맞은 질문들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고객이 미처 말하지 않은 마음까지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계속...) 때로 사람은 마음과 말이 다른 경우도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게 돕고 함께 옆에서 할 수 있는 존재는 AI가 아니라 사람일 것이다.
ChatGPT와의 대화 이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솔직히 혼란스러워졌다. 앞으로가 예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 세상에서 아이가 자기 역할을 잘 해내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알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일 아침 아이가 일어나면 숙제를 다 했냐는 말보다 먼저 너는 어떨때 행복한지를 물어봐야겠다.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