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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써니 Mar 12. 2023

과거와 미래, 나는 어디에 살고 있지

코칭에서 만난 나/성장피로증후군

얼마 전 코칭을 받았다.

코치이지만 코칭을 받는다. 

특별히 KSC(Korea Supervisor Coach)자격 시험을 앞두고 계신 코치님의 슈퍼비전에서 고객역할로 참여했다. 슈퍼비전을 해주시는 코치님과 시험을 준비하고 계시는 코치님 두분께 코칭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의 코칭주제는 묵은 주제였다. 

열심히 성장하고 싶은 나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는 나와의 내적 싸움. 이 주제로 코칭을 받았다.

리얼이슈로 코칭을 받기 원하셔서 진짜 나의 이슈로 코칭을 받았다.


열심히 살고 싶고 어제의 나보다 1mm라도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어떤 상황에서 나는 이 두 가지 선택앞에서 늘 머물렀다. 어느날은 성장을 어느날은 휴식을 선택했다. 선택하기는 했지만 선택의 순간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선택에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성장'을 선택했을때는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하는 마음이 올라왔고, '휴식'을 선택했을때는 반대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그러니 이것을 선택해도 저것을 선택해도 온전히 일하지도 온전히 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성장 피로증후군....

슈퍼비전을 해주신 코치님이 말씀해주셨다.  코치님은 성장 피로증인것 같아요. 영혼을 갈아 넣어 일한 분들이 이런 경우가 있어요. 이 성장 피로증후군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지요.

사진: Unsplash의Daniel Öberg


이 말씀에...아..맞다..나 그런것 같아..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성장'이라는 말이 억압처럼 느껴졌다. 20대부터 '성장'해야한다는 생각에 늘 내 시간과 에너지를 오버해서 사용했고 그러다 보니 몸에 무리가 갔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살려고 하는 순간 내 마음속에 '그렇게 열심히 살다가 또 무리하다가 아프거나 힘들면 어떻게 하려고 해.'라는 마음이 올라온것이다. 

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생각이지만, 과거의 나에 대해 나는 부정적으로 평가 하고 있었음을 발견한 것이 더 큰 수확이었다. '너, 너무 열심히 살았어.' 이 말이 바보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균형감각을 잃은 욕심꾸러니 같이 나를 평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아니라 과거를 열심히 살아온 나에 대한 인정과 애도가 아니었을지. 그 마음이 스쳐지나가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사용하며 수고했던 나에게 부정적인 평가라니, 서운할 일이었다. 억울할 일이었다. 정말 수고했다고 그렇게 사느라 애썼다고 그렇게 살려고 애썼던 나를 안아주었어야 했다. 


엄마는 65세에, 아버지는 72세에 돌아가셨다. 요즘이면 한창인 나이에 돌아가신 것이다. 내 나이가 50대이니 은연중에 엄마나이 아빠나이에서 내 나이를 빼고 있었다. 

'아, 10년 조금 더 남았네. 아니 20년 조금 안 남았나?' 이 계산은 엄마가 돌아가신 65세에 무의식적으로 내 수명을 맞추고 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10년 정도 남았는데 이렇게 열심히 살면 허무하지 않아? 라는 생각이 올라온 것이다. 


나의 선택에는 과거 오버에서 열심히 살았던 나와 10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늘 거기에 있었던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뿐 힘이 없었던 것이다. 때로는 과거의 내가 선택하는 것을 바라보고 때로는 미래의 내가 선택하는 것을 바라보며 힘없이 숨쉬고 있었던 것 같다.


코칭을 받고나서 나는 나에게 말했다.

'열심히 살아야먄 해'가 아니라

'열심히 살아도 괜찮아'라고 

'적당히 쉬면서 살아야해'가 아니라

'적당히 쉬면서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이다.

그냥 지금의 내가 그때 그때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다. 지금의 내가 살고 싶은 하루를 말이다. 


이래서 나는 코칭이 좋다. 

나의 무의식을 의식화하면 바꿀힘이 내게 생긴다. 

현재를 잘 살고 싶어졌다. 오랜만이다. 봄날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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