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입법부/행정부/사법부로 나뉘는 삼권분립이란 개념은 현재 한국의 정치 체계에선 허상입니다. 삼권분립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행정부의 대통령이나 입법부의 국회의원처럼 사법부를 대표하는 국민의 대리인을 두거나, 반대로 삼권분립이란 개념을 포기하고 현재 정치 체계에서 사법부를 행정부의 하위 조직으로 재편성할 수도 있습니다.
독자 분들도 학교에서 지겹도록 배웠던 삼권분립이란 개념을 저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네요. 그러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정치 체계를 다시 짚어봤습니다. 그 도중에 헌법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구절이 삼권분립이란 개념에 모순이 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임명하는데, 어떻게 삼권분립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당장 이번 비상계엄 사태만 보더라도, 대통령의 지시에 국회의원들이 반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투표로 뽑힌국민의 직접적인 대리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임명했다면, 입법부의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었을까요? 반대로 국회의원들이 총리를 선출하는 의원내각제에서는 행정부의 독립성이보장될 수 있을까요?
첫 문단에서 제시했던 두 가지 방안 모두 현실적으로 구현이 어렵기는 삼권분립과 마찬가지입니다. 5년마다 열리는 대선, 4년마다 열리는 총선만으로도 시끌시끌한데, 여기에 n 년마다 열리는 또 다른 국민 투표를 더한다니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네요. 반대로, 사법부를 행정부의 하위 조직으로 재편할 경우에 불러올 엄청날 반발에도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 이어져 온 사법부와 대통령의 기묘한 관계를 바꾸는 편이 더 끌립니다. 물론, 바꾼다고 해도 삼권분립의 모순을 너그러이 포용하는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지요.
독자 분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정답도, 오답도 없는 (굳이 따지자면 결국엔 다 오답 쪽에 가까울) 선택지들 앞에 서 있습니다. 그렇기에 옳고 그름을 가리기보다는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할 선택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