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굳이 가르쳐야 할까?

사미어와 스웨덴어

by Dominic Cho

스웨덴어를 배우고 스웨덴 문화에 적응하면서 만약 자녀가 생기더라도 한국어를 굳이 가르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1. 게르만어파와 한국어는 어족이 달라 배우기 어렵고 2. 수평적인 스웨덴 문화와 다른 계층적인 한국 문화를 접하며 자녀가 느낄 혼란도 걱정되었으며 3. 나 스스로도 한국 문화에 거리를 두는데 자녀에게 권하기는 더욱 어렵더라.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아빠나 엄마 같은 기본적인 단어 몇 개, 배고파요나 졸려요 같은 동사나 몇 개 가르치고 나중에 십대가 되고 나면 스스로의 선택에 맡길 생각이었어.

그러다 부모님이 사미 출신인 J와 대화를 나눴지. 사미 언어를 가르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사미어를 쓰지 못하게 적극적으로 막으셨다는 J의 부모님으로 인해, J는 십대가 되고 나서도 사미어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고 친척들을 만날 때마다 답답해서 화가 났었대. 그래서 J는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을 생각이라는 내 말을 듣고 나서, 한국어는 차별받는 언어도 아니고 알면 도움이 될 텐데 왜 그렇게 생각하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어. 그 모습을 보며 J에게 사미어를 가르치지 않은 그의 부모님의 심정에 대해 생각해봤지.

J의 부모님이 무슨 이유에서 J에게 사미어를 가르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점은 J를 위해서 내린 선택이었을 거야. 내가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지 않은 이유와 마찬가지지. 만약, I란 영단어는 한국어에서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나/저로 달라진다는 어법을 어린이가 익힌다면, 그 애는 그 속에 담긴 계층적인 문화에도 점점 익숙해지겠지. 그러고 나면 한국 문화에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스웨덴 문화 속에서 별 생각 없이 꺼낼지도 몰라. 그 행동이 불러올 오해와 갈등을 난 자녀가 겪게 하고 싶지 않아. 왜냐면, 그 실수를 이미 내가 많이도 저질러 봤고, 왜 그게 실수인지 이해하는 것조차 너무나 어려웠고, 한참 지나 이해하고 나니 되돌리기엔 많은 것들이 너무나 늦어있었거든.

하지만 J의 말을 듣고 나니 한국어를 가르쳐도, 가르치지 않아도, 결국 아이는 그 선택에 따른 장단점을 모두 겪어내야 하겠더라. 그렇다면 난 그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는 편이 좋겠네. 한국어를 애써 막거나 권하기보단,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그나마 어떤 선택을 내려도 괜찮을 안전망을 갖춘 사회 속에서 자녀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좀 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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