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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일을 재정의하다.

매일 쓰는 기록이 자산이 되다.

by 위드리밍
세상은 생각보다 나보다 덜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다. 단지 그 '어그러진 빈 곳'을 찾아 내가 시작하면 된다. - 스티브 잡스


약 5년 전 잠이 안 오던 새벽 유튜브에서 본 이 글귀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5년 전부터 매일 sns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점점 더 분명하게 알아가게 되었고

우리 가족이 원하는 모습, 우리가 꿈꾸는 모습을 더 분명하게 알아가며

이직을 하고 이사를 하며 결국 약 2년 전 퇴사했다.



퇴사 후, 내가 정의한 일이란 바로 글쓰기였다.


처음에는 일단 매일 써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차피 쓰는 글, 맘먹고 한번 써볼까란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쓰고 나를 쓰며 조금씩 더 나아지는 내가 보였다.

적어도 내가 아는 나 자신보다

글로 쓰는 나는 좀 더 세상에 멋지게 보이고 싶은 느낌이 드는 거다.

내 안의 아주 작은 인정욕구들이 발현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온라인 세상, SNS의 나를 글로 포장하며 살아왔다.



얼마 전, 좋아하는 책의 저자님의 강연회가 있었다.

두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작가님을 만나러 가던 길.


'오늘 유독 작가님을 만나러 가는 이유는 뭘까.

나는 이 분께 대체 무엇이 궁금했던 것일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위드리밍'이라는 이름에 속에 숨어 살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이후, SNS가 만든 새로운 캐릭터,

WE DREAMING 위드리밍

나는 그 이름 뒤에 숨어서 정작 어떤 내가 진짜 나 인지도 모른 채,

오프라인의 내가 진짜인지, 온라인에서 우행 꿈을 운영하고 있는 내가 진짜인지를 혼동하며

매일 나를 쓰고 기록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당시의 고민이 흘러 시간이 지나 지금의 나를 정의하자면

오프라인의 나도, 온라인의 나도 모두 나였다.

나란 개체는 결국 다양한 자아 정체성들의 합이니까.

그런 다양한 자아를 인정해 주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쓰는 일이 내게 그저 '생산'이었고

'콘텐츠 생산자'라는 이름의 '일'로 정의되고 있었다.

지난달 전국 일주 후 일본 여행을 9박 10일로 다녀왔다. 한 5일쯤이 지나자 제발 일이 좀 하고 싶었다.

놀기만 하니 즐겁지가 않았다. 매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이었다. 사람이 그냥 쉬기만 하면 재미가 없구나.

생산을 해야 즐거워지는구나. 나는 생산에서의 희열을 행복해하는 사람이구나를 깨달아 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지금껏 내가 정의해 온 일들이 모두 허상이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스스로 '일'이라고 정의해 온 일들이 모두 내가 혹은 세상이 만든 환상이었단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매일 글을 쓰는 일,

온라인 콘텐츠, 1인 기업가, 콘텐츠 생산자. 모두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자신만의 피라미드고 허상이었다.

나는 그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그 안에서 어쩌면 진정한 나의 내면의 울림이 아닌

그 누군가의 꿈을 좇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부의 추월차선 같은 느낌이 이제야 들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 내가 가장 잘하는 일, 그리고 세상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SNS 체험단이었다.

마지막 회사가 SNS 리뷰 체험단 서비스를 만든 덕분에 내게는 익숙하고 편안한 일이었다.

놀랍게도 세상이 원하는 일을 하니 성장의 속도도 빨랐다.

단순히 필요로 인해 시작했던 일인데 어느새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몰랐는데, 해보니 재밌네.... 사실 나 이거 좋아했네.....'라고.


지금껏 '우행 꿈 백백백'이라는 생전 안 해본 일 100가지 하기 프로젝트로 약 4년간 500여 가지 이상의 생전 안 해본 낯선 일들을 도전해 왔다. 결국 스스로 직접 해보지 않으면 진짜 좋아하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알 수 없어서 끌리는 대로 닥치는 대로 해보기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이제야 뒤늦게, 체험단을 만나며 마치 이게 부의 추월차선이었구나, 와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문득 10여 년 전의 다짐도 떠올랐다.

"나중에 아기 낳으면 SNS에서 리뷰나 쓰면서 살자고." 약 18년 전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신혼 때 남편과 나눴던 이야기였다.

'오늘의 나는 10여 년 전 과거의 내가 꿈꾸던 모습으로 살고 있구나.'라고.

스스로 감회가 새롭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10여 년 전 당시 남겨둔 맛집, 여행 리뷰들 덕분에 살면서 정말 힘들었던 위기의 순간들을 잘 넘길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여행, 맛집, 그런 경험들의 기록이 자칫 무너질 수도 있었던 순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감각을 조금씩 되살려 주었다.



일상에 빠져 매너리즘에 빠지려는 순간,

때론 너무 바빠 일상을 돌보지도 못하게 되는 순간,

우리를 산소호흡기처럼 꺼내주는 것들이 바로 우리가 진정으로 간절히 원하는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세상이 원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점점 더 좋아진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다면

교과서 같은 정답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가 맞다.

좋아하는 일이 가장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세상이 원하지 않거나 내가 잘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결국 사람들도 좋아해 줘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뭐든 결국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끈기와 의지, 내적동기가 있어야지만 계속 갈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만든 환상, 꿈들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새로운 나만의 운전대를 고쳐 잡았다.


우리에겐 늘 방향을 잃었을 때 다시 방향을 되찾아갈 수 있는 북극성이 있다.

다행히 그 북극성 덕분에 나의 꿈임을 착각했던 여러 일들이 보였다.


일 = 생산, 우리의 일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힘이다.

일이란 결국 우리의 내면을 완성하는 과정이니까.

그러니 일이 없으면 사람이 메마른다.


내 안의 깊은 수렁에 빠졌던 적이 있다.

바로 첫 아이 출산 후 생애 처음으로 '일'을 잃으면서였다.

당시는 처음 '일'이 없어지자 '직업'이라는 것도 없었고 그에 따라 '친구' 등의 관계들도 모두 사라졌다.

출산과 함께 낯선 육아를 시작하며 평생의 삶의 원동력이었던 일, 사람, 관계 모두를 잃었고 출산 육아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렇게 1년 후 복직을 하며 다시 일상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둘째 출산으로 두 번째 휴직이 왔을 때 첫째 때의 두려움이 컸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있었다. 당시의 기록들이 있었고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를 잘 기록해 놨기 때문이었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늘 함께해 준 절친 첫째 덕분에 외로운 시간들을 행복으로 덮으며 살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 모든 순간들을 틈틈이 기록해 왔다는 것.

이 기록의 자산들이 모두 앞으로 살아갈 내게 큰 힘이 되어준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일 내면의 글을 쓰면 쓸수록, 글을 쓰고 기록을 할수록

내 삶의 방향성, 미래가 분명 해지지만 부작용이 하나 있었다.

없었던 우울감이 생겼다는 것.

명확히 말하자면 평소에는 일 하느라, 일상에 치여 바삐 사느라 무심코 지나가거나 흘려버렸던 일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갑자기 시간이 생겼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허탈함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모든 순간이, 스스로가 아프다고, 잠시 쉬고 싶다고 강력하게 내면에서 외치는 신호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제는 그런 순간들을 모두 인정하고 안아준다.

잠시 휴식이 필요했구나. 자연을 만나러 가고 싶구나.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나의 내면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끌리는 책을 읽고 쓰고 여행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고명환 작가님도 매년 찾아왔던 우울감으로 벌써 1000일 이상 새벽기상을 한다는 내용을 글에서 본 적이 있다. 나의 내면을 기록하고 쓰면 쓸수록 분명해지는 나의 마음. 그 마음을 알아주고 인정하며 간절히 원하는 내면의 꿈을 위해 오늘도 기록을 한다.


매일의 기록과 글쓰기가

이젠 더 이상 그 누군가를 위한 꿈이 아니다.

오직 미래의 나를 위한 기록이다.

더 나아가 우리 가족에게 전해질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가족 내 환경에서 이어지는 감정과 삶, 문화 방식들이 자연스레 가족과 자식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이다. 미래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우리 가족들에게 좋은 답이 되었으면 한다.


매일 나를 기록하며 일상, 삶의 고난과 고민 어려움은 결국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했던 고민이 내일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며

내일 할 고민을 굳이 오늘 또 고민하기도 하는 인간 생각의 아이러니를 자주 만났다.

더 이상 일상의 고민들 때문에 꿈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매일 내면의 글, 일상을 기록한 덕분에

내면이 울리는 진정한 행복도, 나의 진정한 내면의 꿈도 만났다.

그리고 행복이란, 늘 영원히 유지되지 않았다. 행복은 결국 순간의 감정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느꼈던 깊은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늘 마음에 품으며 살아갈 순 있다.

우리가 선택하고 연습하면 되니까.

매일 나는 글을 쓰며 행복의 마음 : 감사와 감동을 쌓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결론이 닿은 건,

어차피 사라지지 않을 일상의 고민이라면

그냥 꿈이라도 이뤄야 속 시원하지 않을까...?


"세상은 생각보다 나보다 덜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다. 단지 그 '어그러진 빈 곳'을 찾아 내가 시작하면 된다. - 스티브 잡스"


3년 전 오늘의 글에서 만난 이 문장 덕분에 오늘의 내게 깊은 동기 부여가 되었다.

인생의 쉼표 내 삶을 잠시 돌아보며 내 삶의 어그러진 빈 곳은 어디였을까를 깨닫게 된다.


그렇게 행복 대신에 정 반대편의 꿈으로 조금씩 달려가려 한다.



"꿈과 꿈을 이으면 실행이 된다. 너와 나의 꿈을 이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 우행 꿈


꿈꾸는 미래를 위해 오늘도 기록한다.

세상이 만든 꿈이 아닌 오직 미래의 우리를 위해서.



"내가 하는 일이 나의 정체성이 된다.
오늘 내가 기록하는 내가 곧 미래의 내가 된다. - 우행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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