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다에 내가 두고 온 것은
20년 만에 다시 찾은 땅끝마을,
이번엔 아이들과 함께였다.
20년 전 걸어서 국토대장정을 했던 시작점이었다.
'이곳의 바다가 이렇게 예뻤었구나.'
그날 나는 그 바다에
누군가를 참 오래 마음 속으로 미워하고 있었던 나를 두고 왔다.
아닌 척, 괜찮은 척 외면하고 살아 온 오랜 시간들,
그리고 잊혀졌던 기억들이 와르르 스치며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사실은 그를 많이 미워하고 있었구나. 라고.
스스로 참 많이 부끄러웠다.
상처를 오래 나의 가슴 속에 담고 살아오며 스스로를 괴롭혀 온 사람은 그가 아닌 바로 나였다.
그 사실을 알려주러 20년전의 이 바다가 여기로 나를 불렀나 보다.
여행지에서 바다, 대 자연을 볼 때면
지금 고민하던 일들이 한 없이 작아지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은
내가 그를 오래 가슴 속에 묻어두고 미워했던 마음들조차도 한 없이 작아지는 순간을 만났다.
그래서 여행을 계속 하나 보다.
명절 연휴가 있었던 그때,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서로의 오랜 마음 속 가시가 꺼내진 시간이기도 했다. 20년 만에 꺼내어진 마음 속의 묵은 가시들.
그리고 20년만에 다시 만난 이 바다가 결코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이 이 글을 쓰며 깨닫게 되었다.
세상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준다.
그날 엄마에게 내가 한 말이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