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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헌 작가 Jun 04. 2023

이런 목소리도 좋아해줄 수 있나요?

뮤지컬을 통해 인생을 외쳤다

   

목소리가 좋으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뮤지컬 배우들은 보통 발음, 발성, 톤 잡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며, 연습으로 음악적 재능과 기술을 성장시킬 수 있다. 듣기 좋은 음성을 가지려면 호흡, 발성, 말투, 발음 등 모두 좋아야 한다. 너무 만들어진 목소리는 듣기 불편해서 그 배우의 공연을 다시 안 보게 된다. 중저음 목소리는 남성적인 매력이 더욱 돋보인다. 이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하동균의 <그녀를 사랑해줘요>라는 노래를 불렀지만, 고음으로 갈수록 소리가 얇아졌다. 발성이 좋으면 고음으로 갈수록 소리가 더 굵어진다. 뮤지컬 배우들은 각자의 음색이 있다. 그들은 감정을 담아 뛰어난 가창력과 명확한 발음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사람마다 목소리는 다르고, 지역마다 억양이 다르다. 어릴 적부터 목소리가 얇은 게 콤플렉스였는데, 가끔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살면서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매혹적인 음색은 가슴속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러나 좋은 목소리의 기준은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모든 배우의 목소리가 다 좋게 들리는 건 아니었다. 전석 매진되는 배우의 공연을 보았지만, 왜 이렇게 열광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각자의 취향과 감성에 따라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호감을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노래를 부르며 구애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게 아니었다. 본인의 실력이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실력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표정은 자신감이 넘치며 느끼한 눈빛으로 지그시 여성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게 먹힌 모양이다.

나는 회식 자리에서 노래를 두 곡 정도만 부르고 마이크를 다시 잡지 않았다.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했고, 어떤 노래가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몰랐던 시절이었다. 사람의 성격, 취향이 다르듯 좋아하는 목소리도 다를 것이며, 중저음이 아닌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보컬 트레이닝 선생님은 내 얇은 목소리를 듣더니, 음색이 비슷한 가수들의 곡 리스트를 뽑아주었다. 만족스러운 곡들이었다. 하지만 선생님과 스케줄이 맞지 않아 다른 선생님으로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톤 잡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며 중저음의 곡을 추천하였다. 기초적인 발성과 호흡 훈련보다 단기적으로 곡 리스트를 늘리고 싶었다. 회식 자리 또는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게 되면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이 지루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노래는 잘 부르진 못한다. 그냥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지만, 성대는 건강한 것 같다. 1시간 넘게 노래를 불러도 다음 날 목 상태가 멀쩡했다. 뮤지컬 노래에 빠지게 되면서, 평소에 내지 않는 목소리를 유지한 채 연습하였다. 목소리를 저음으로 부르기도 하고 음이탈을 하더라도 고음을 지르기도 했다. 복식호흡을 하게 되면 좀 더 힘 있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저음으로 말을 하게 되면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이 상태로 노래를 부르면 목이 아프기도 하고 기침이 나왔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니 예전에 녹음한 목소리와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 ‘말하듯이 노래하기’를 하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 말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야 청중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글과 음악은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글도 말하듯이 써야 부드럽게 읽히고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뮤지컬 배우인 브래드 리틀은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부르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바리톤과 테너 모두를 낼 수 있는 발성은 훈련의 결과이며, 목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쓸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목소리를 통해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보통 목소리가 큰 사람은 활달하고 외향적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내향적인 사람은 카페에서 앞에 있는 사람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주변 사람을 굉장히 신경 쓰게 되는데, 차분하고 조용하게 말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목소리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성격과 습관을 나타내는 특징이 될 수 있다. 유전적인 부분도 크지만, 성장 과정에서 음조, 강도, 억양 등이 형성되면서 타인에게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이다. 

어릴 적부터 내성적이어서 웅변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어느 날 학원 선생님이 내게 반장을 시켰고, 나는 그날부터 학원에 다니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게 두려울 때가 있다. 식당에 앉았는데 주문하는 벨이 없으면 당황스럽다. ‘직원을 불렀는데 씹히면 민망한데...’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이런 성격을 갖고 있지만, 소개팅 자리에서 목에 힘을 주어 직원을 부른다. 그러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깜짝 놀라며 말한다. “그런 목소리도 낼 수 있어요? 그 목소리로 다른 말도 해보세요.” 나는 “저기요 밖에 안 된다”라고 답한다.     


평소에 “내가 아팠던 만큼 당신께 돌려 드리리”라고 외친다. 내 감정을 담아 목청껏 부른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성격, 자신감, 감정 상태 등을 감지할 수 있다. 목소리는 사람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이기에 말투나 억양을 신경 써야 한다. 발음이 좋아야 상대방에게 정확한 의미와 감정을 전달하게 된다. 글도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저술한 사람의 성격과 감정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글로 표현한다. 어떤 글이든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배경에 따라 글을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성격은 목소리와 글만으로 완벽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어떤 감정으로 글을 썼는지 예측할 수 있다. 아팠던 상처를 글로 녹이고 있다. 이런 글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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