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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맘유하맘 Sep 07. 2020

시골에는 누가 살까 -2

[유하네 농담(農談)]

노동자가 사는 시골

유하네 바로 앞집에는 50대 중반의 부부가 삽니다. 남편분은 우리 동네에서 언덕만 넘어가면 있는 횡성 어느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귀농 후 닭을 키워 달걀을 팔다 수차례 AI를 겪고 지쳐 그만두셨습니다. 아내분은 원주생명농업에서운영하는 반찬공장에 다닙니다. 마포에서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다 우리 동네로 온 뒤 마을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반찬공장에 힘을 보태고 계십니다. 쉬는 날이면 고추농사며 텃밭농사에 힘을 들이고 계시구요.

옆 동네에 사는 학교 선배네 부부는 작은 카페와 민박을 하며 시골놀이터를 운영합니다. 치악산 자락, 좋은 숲속에서 사는 선배부부는 민박손님을 상대로 자연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콩을 모아 오재미를 만들기도 하고, 옥수숫대와 잎으로 배를 만들어 계곡에 띄우기도 합니다. 나뭇가지를 모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은 집을 지어보기도 하고, 버려진 나무를 깎아 숟가락을 만들기도 합니다. 주말이면 그 동네도 시끌벅적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유하 엄마는 요즘 특성화 고등학교 등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합니다. 학생들을 만나며 “나의 본캐는 농민인데 농민은 노동자일까”라고 질문합니다. 쭈뼛쭈뼛 대답하지 못하던 학생들은 2시간의 강의를 함께한 후 “농민도 노동자”라고 말합니다. 유하 엄마는 모든 노동은 가치가 있고, 모든 노동은 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기에 함께 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태백 어느 산골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나도 함께 사는 노동자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예비노동자인 고등학생들이 공부해서 시골을 얼른 떠나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서 희망을 찾길 소망해 봅니다.

누구나 함께 사는 시골

유하네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치는 시골을 꿈꿉니다. 어느 시골에는 예술가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어느 시골에는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여 마을 방송국을 만들고, 어느 시골에서는 젊은이들이 모여 도시의 경쟁을 떠나 작은 집을 짓고 소박한 삶을 살고, 어느 시골에는 작가들이 모여 작은 책방을 열었다고도 합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유하네는 희망을 봅니다. 유하네도 우리 시골동네에 커피가 함께하는 작은 농가식당을 만들어 누구나 편안히 시골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하네 대추밭에는 테라스가 예쁜 작은 농막 하나가 있습니다. 유하 할아버지가 몸이 안 좋으셔서 유하네와 함께 살기 위해 지은 집입니다. 이곳에서 1년을 사신 유하 할아버지는 건강을 회복하셔서 더 좋은 집으로 옮겨 가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빈집입니다. 유하네는 이곳에서 함께 살 이웃을 찾고 있습니다. 농사에 관심이 있어 유하네와 함께 농사를 지어도 좋고, 글을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예술가도 좋습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쉬러 와도 좋습니다. 시골에서 살 수 있을지 미리 경험해보려는 젊은이도 대환영입니다! 유하네와 함께 시골에서 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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