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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현 Dec 30. 2020

어서오세요 여기는 굿플레이스! 환장의 짝꿍들을 소개하죠

-넷플릭스 나만 알기 아까운 명작: '굿 플레이스' 리뷰

"당신은 죽었습니다. 여기는 굿플레이스니 안심하세요."

눈을 떠보니 생전 처음 보는 오피스에 혼자 앉아있었고, 곧 어떤 사람이 나와서 이렇게 말을 한다. '내가 죽었다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정신없는 와중에 설명을 들어보니 나는 죽었고, 여기는 사후세계이며, 이 곳은 천국과도 같은 굿 플레이스이다. 작년 가을부터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던 올해 봄까지 내 마음을 뒤흔든 드라마 굿 플레이스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죽으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는 인류의 최대 고민이 아닐까? 죽은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기도 하고, 사후세계를 소재로 인류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굿 플레이스는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죽은 사람들이 지구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굿 플레이스와 배드 플레이스에 배정받는다. 주인공 엘리너는 굿 플레이스의 설계자 마이클이 소개한 대로 자신이 좋은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굿 플레이스에 오게 되었고, 영원한 삶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면 된다는 설명을 듣는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무언가 실수가 있었고 자신은 배드 플레이스에 갔어야 한다는 것을.

굿 플레이스에 남아있기 위해 윤리학 교수인 소울메이트 치디에게 윤리를 배우며 고군분투하는 엘리너를 따라 삶과 죽음, 삶의 태도를 고민해보다가 시즌1의 마지막 장면에서 반전에 와! 감탄했다. 시즌마다 더 흥미진진해지겠는걸!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드라마지만, 인터넷에서 넷플릭스 명작이나 넷플릭스 추천작을 소개할 때 아주 신선하고 극적인 작품들 사이에서 순한 맛인 굿 플레이스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굿 플레이스를 보고 취향저격당하도록 찐팬심으로 두 팔 걷고 나서서 리뷰를 시작한다 :)

(이 글의 다음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굿플레이스가 어디죠?


굿 플레이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미국에서는 NBC에서 방영이 되기도 했다. 총 4개의 시즌으로 완결이 났으며, 한 시즌 당 10-13편 정도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한 에피소드 당 20-30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짧은 시간에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어 한 번 빠져들면 계속해서 다음 에피소드를 누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굿 플레이스는 액션이나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눈이 즐거운 드라마는 아니다. 캐릭터들 간의 케미 넘치는 티키타카와 허를 찌르는 전개로 생각이 즐거운 드라마다. 게다가 드라마의 내용 또한 절망적이고 처절하거나 파괴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까지도 즐겁고 건강해질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맘때 잘 어울리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요즘, 집에서 혼자 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면 코로나로 암울했던 2020년을 보내고 즐겁고 건강하게 2021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굿 플레이스는 화려한 액션이나 볼거리가 있는 작품이라기보단 이야기와 캐릭터가 더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야기로 전 세계를 잇는다는 넷플릭스의 모토와도 잘 맞는 작품이다. 굿 플레이스는 개성 강한 캐릭터 각자의 스토리가 모여 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하나의 이야기와 시너지가 매우 강력하고 매력적이다.

굿 플레이스는 가끔 지구에도 오고, 배드 플레이스에도 가고, 미디엄 플레이스로 대피하기도 하고, 배드 플레이스의 악마들과 몸싸움도 벌이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굿 플레이스라는 한 장소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지구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매우 흡입력 있게 설명해주고 모든 캐릭터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티키타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특히 서로 간의 관계성이 돋보인다. 그래서 오늘은 재생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스토리보다는 굿 플레이스의 스토리보다 인물 간의 케미, 관계성에 집중해 내가 느낀 것을 리뷰해보려 한다.







환상적인 케미, 굿 플레이스의 굿 페어(Good Pair)!


굿 플레이스의 캐릭터들은 서로 누구와 붙여놓아도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엘리너와 더불어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 중 치디, 타하니, 지안유(a.k.a. 제이슨)는 죽어서 굿 플레이스에 도착한 '인간'이다. 천국인 굿 플레이스에서 각자의 소울메이트와 함께하는데 왜 지옥 같을까! 이들이 지옥 같은 케미를 뽐내도록 모든 것을 설계한 굿 플레이스의 설계자 마이클과 우주의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재닛과 함께 6명이 각자가 가진 문제를 풀어나가며 서로 치고받고, 지지고 볶으며 함께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고 이겨낸다.


말도 행동도 거침없는 이기적인 민폐녀 엘리너, 선택 장애 윤리학 교수 치디, 자격지심 있는 새침한 사교계의 공주 타하니,  묵언수행 중인 승려 지안유인줄로만 알았던 사고뭉치 댄서&DJ 제이슨, 인간을 사랑하는 가장 인간적인 설계자 마이클, 우주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인공지능 재닛.

전혀 섞일 수가 없을 것 같은 이 여섯 캐릭터의 조합은 처음엔 뒷머리를 잡게 하지만, 굿 플레이스에서 매 시즌마다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긋지긋하게 싸우고, 함께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를 믿고, 희생하고, 사랑하면서 진짜 스스로를 찾아가고, 발전하며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이자 동료가 된다. 그래서 한 시즌, 한 시즌 진행될수록 휘몰아치는 상황에 대처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애틋해진다.


누구와 함께 있어도 재미있고, 찰떡같은 케미를 보여주는 굿 페어들을 소개한다.



넘버원 Good Pair! 엘리너와 마이클

굿 플레이스의 설계자 마이클과 이기적인 민폐녀 엘리너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축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견고한 믿음과 호흡을 쌓아나가는 엘리너와 마이클처럼 나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100%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되어주고 싶었다. 서로의 장단점과 그것을 극복하고 보완하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엘리너와 마이클은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해주며, 할 수 있다 믿어주었다. 그 마음이 진심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을 온전히 믿고 의지하며 나아갈 수 있었다.

굿 플레이스의 시즌1에서부터 마지막 시즌까지 적대적인 관계도 되었다가, 서로를 믿게 되고 좌절하는 상대방을 일으켜줄 수 있는 믿음직한 동료가 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장 크게 스스로를 변화시킨 두 사람을 보며 사람은 언제든지, 또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인간적인 Good Pair! 마이클과 재닛

굿 플레이스의 설계자인 불멸의 존재 마이클과 우주 최고의 인공지능 재닛.

한 번 죽을 때마다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으로 재부팅되는 재닛은 완벽한 굿 플레이스처럼 세팅하기 위해 마이클이 굿 플레이스에 잠입해서 데려온 굿 플레이스의 재닛이다. 배드 플레이스 재닛, 디스코 재닛, 수많은 재닛과 우리의 재닛이 특별한 이유는 마이클과 또 4명의 '인간'들과 함께 하면서 사랑을 하고 팀워크를 만들어내며 변화하는 모습에 있다. 인간도 아니고 감정도 못 느끼며 성별도 없는 그냥 재닛이라던 처음과 다르게 재닛은 제이슨과 사랑을 하고, 주인공 4명이 진짜 굿 플레이스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지를 발휘해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돕는 협력자였다. 혼자 변화한 것이 아니라 인간 4인방을 고문하기 위해 모든 것을 설계했던 마이클이 가장 인간적인 존재가 되어가며 서로에게 손발이 척척 맞는 짝꿍이 되었다. 모든 시리즈의 마지막에서 마이클과 재닛은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사람 냄새를 풍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행복해졌다.






나의 최애 Good Pair! 엘리너와 치디

엘리너와 치디는 굿 플레이스에서 가장 애틋한 페어이다. 처음부터 나는 엘리너 역의 배우 크리스틴 벨을 가십걸, 겨울 왕국, 배드 맘스의 작품들을 보고 매우 좋아했고 굿 플레이스에도 호감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엘리너가 아무리 말괄량이 사고뭉치 이기주의자 민폐녀여도 호감과 그 안에서도 보이는 내 모습에 애증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답답하기가 고구마 100개를 우유 없이 먹은 것 같은 선택 장애 고민만 하는 윤리학 박사 치디가 처음에는 엘리너에게 당하는 것 같고 불쌍했다. 하지만 둘 다 다른 방식으로 이기적이었고, 바보 같은 삶을 살다 죽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시즌을 거듭하며 이 둘은 마이클이 서로를 고문하기 위한 도구로써 이름 붙인 '소울메이트'에서 진짜 마음을 나누고 사랑하며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진짜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애초에 소울메이트가 진짜 있을 거라던 치디를 위해 고안한 고문이었기에 둘은 정반대의 성향으로 서로를 끔찍이도 괴롭혔고, 치디는 엘리너가 자신의 진짜 소울메이트는 아닐 거라며 계속해서 진짜 소울메이트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마지막 시즌까지 도달했을 때 나는 같은 질문을 가지고 있던 내게 자연스레 답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다. 서로 똑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잘 맞고 소울메이트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과 가치관이 맞는다면 퍼즐 조각처럼 서로를 보완해주며 하나가 되어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상호작용을 하며 꼭 맞는 퍼즐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밉지 않은 앙숙 Good Pair! 엘리너와 타하니

엘리너와 타하니는 처음부터 서로 견제하며 서로를 재수 없어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로의 장점은 인정하고 그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 마디로 이들은 멋지고 쿨한 쎈 언니들이다. 서로에게 허전한 부분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봐줄 수 있는 친구가 되었고, 마지막 시즌에서 엘리너와 타하니는 각자의 매력을 최대로 발휘하면서 스스로에게 최고의 선택을 한다. 키다리 공주와 bitch 꼬맹이의 조합.


왜 자신이 배드 플레이스로 갈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았는지 피하지 않고 원인을 찾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후회하기보다는 인생 전반을 돌아보며 자격지심과, 애정결핍을 직시하고 힘들고 괴롭지만 천천히 용감하게 이겨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웁스 이럴 수가! Good Pair! 타하니와 제이슨

묵언수행 중인 승려 지안유라고 굿 플레이스에 오게 되었지만 사실은 플로리다의 골 때리는 DJ이자 댄서인 제이슨과 영국 사교계의 새침한 공주 타하니는 정말 언밸런스한 페어라 계속해서 웃음이 나오게 한다. 시간이 지나며 이들의 서로 다른 엉뚱함도 끈끈한 동지애와 믿음 속에서 둘 다 멋진 변화를 거듭하면서 팀워크를 만들어간다.






사랑이 뭘까요 Good Pair! 재닛과 제이슨

모든 페어 중에 가장 독특하고 엉뚱한 페어가 바로 재닛과 제이슨이다. 이들은 무려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을 보여준다. 때때로 우주의 진리도 깨우쳤다는 재닛도 제이슨과 함께 있으면 엉뚱해지는 것이 웃음 포인트이기도 하고, 둘이 함께 있으면 자유분방하고 한계가 없는 생각을 하는 모습에 가슴이 뻥 뚫리기도 한다.

제이슨과 함께 하며 영원하고 우주의 비밀을 알지만 무미건조했던 재닛의 삶은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따뜻함과 유머로 넘쳐나고, 찬란해졌다. 그리고 제이슨은 답이 없어 헛웃음이 나던 삶에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멋지게 마지막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화끈한 성격의 Good Pair! 엘리너와 민디

굿 플레이스 최고의 화끈하고 마이웨이 인생을 사는 페어는 엘리너와 민디이다. 민디는 이 세계관에서 유일하게 미디엄 플레이스를 스스로 만들어 혼자 살아가는 인물이다. 배드 플레이스처럼 끔찍한 고문이 계속되진 않지만 굿 플레이스처럼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은 아니다. 홀로 영원히 불편하게 고독하게 살아가는 그녀를 찾아온 엘리너는 미디엄 플레이스야말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외치지만 그 말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엘리너는 함께하는 친구들과 마이클, 재닛이 함께였고 그들은 더 큰 소용돌이 안에 있었으므로.


하지만 수도 없이 재부팅되어 모든 기억이 리셋된 채로 엘리너와 친구들은 민디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민디의 집에 숨어 지내기도 한다. 민디는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수천 번 반복되어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이들을 돕는다. 엘리너와 민디는 말하지 않아도 속을 아는 거울 같은 사이이고, 서로에게 애착을 가지고 있다. 엘리너의 마지막 선택은 바로 자신과 같은 모습을 가진 민디를 위한 것이었다. 민디는 결국 엘리너의 진심에 큰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멋진 여자들의 멋진 마지막 선택! 엘리너는 민디를 타하니에게 부탁하고, 타하니는 엘리너가 기쁘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약속해준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한 선택을 한 타하니도, 스스로를 위해 큰 결심을 한 민디도, 자신의 마지막 순간 다른 친구들의 미래까지 생각하게 된 엘리너도 정말 멋지다. 서로를 위한 마음이 아름답다. 이 모든 마지막 순간을 보며 굿 플레이스 시즌4가 마음 깊이 진하게 남게 되었다.






모두와 Good Pair인 굿 초이스! 판사님!

시즌을 거듭하면서 마이클이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고안한 이 실험은 점점 더 큰 문제를 만들게 되고, 결국 주인공들은 절대적인 판사님을 찾아가서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의 시작이며, 인류를 리셋하고 다시 만들 수도 있는 판사님이라기에 근엄하고 딱딱할 것 같던 판사님은 아주 엉뚱하고 쿨하며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이었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할 때도 있지만 탱탱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판사님의 선택은 결국에는 주인공들이 원했던 대로 모두를 위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선택이었다. 주인공들과 밀고 당기기를 하며 심장을 붙잡고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든 판사님은 드라마에 활기와 긴장을 불어넣게 한 멋진 케미를 보여주었다. 더불어 판사님은 좋아하는 미드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었으니 판사님에게도 좋은 굿 초이스였다.






잘한다 잘해 우리 주인공들!

험난한 여정을 주인공들은 똘똘 뭉쳐서 잘 이겨냈다. 처음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들의 모습에 내가 더 들뜨고 뿌듯했으며 아직 인류를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의 말처럼 인간은 언제나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그 모든 가능성을 무시하거나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아무리 세상이 험악하고 냉정해지더라도 여전히 우리에겐 발전 가능성이 있다.


굿 플레이스에서는 윤리학 교수인 치디를 중심으로 윤리와 도덕에 관한 이론들과 문제가 등장할 때가 많이 있다. 인간이 본래 선한 존재는 아닐 수 있지만 언제나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고 고민해왔고, 직접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도 주인공들과 똑같이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동료 배우들을 통해 배우는 것도 정말 많았을 것 같다. 사랑스러운 이들을 더 이상 새로운 시즌으로 만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아쉽지만 반복해서 보면서 내 삶의 문제도 더 고민하고 나만의 답을 찾아가기 위해 멈추지 말아야지. 시즌4의 엔딩을 보면서 이대로 굿 플레이스와 영원히 굿바이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들을 만날 수 있을 같은데... 마치 가장 친한 친구 두 명이 영국, 태국으로 진학하게 되어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헤어져야 했던 그때와 비슷한 마음이었다. 숨어있는 명작인 굿 플레이스가 내 마음에 들어왔던 것처럼 코로나로 마음이 쓸쓸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위로와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굿바이 굿 플레이스! 굿바이 지금까지의 나!
이제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지?






드라마를 통해 지나간 내 삶과 겪었던 시간들, 내 마음을 돌아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하고 사랑하면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줄 소울메이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았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어떤 관계에서도 만날 수 있는 소울메이트. 나는 과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었을까.


그리고 삶과 죽음, 사후 세계, 천국과 지옥, 선과 악, 종교에 대한 문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사춘기에 인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로 가는가 고민한다고 하는데, 나도 사춘기가 지난 후에는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때 그때 해야 할 과제와 같은 일들이 눈 앞에 놓여있었고 그 미션들을 완수하기 위해 앞만 보고 무조건 달리기만 했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굿 플레이스를 보면서 잠시 멈춰 내가 잊고 있던 인생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저 멀리 지구 밖에서 바라본 내 인생은 어떤 삶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동안 잊고 있던 질문들과 함께 굿 플레이스를 보면서 주인공들과 함께 그 상황에 나도 있었고, 같이 내 마음속 문제를 살펴보고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종교는 무엇이고 종교를 꼭 가져야 할까? 천국과 지옥은 정말 있을까? 우리를 신은 정말 있을까? 있다면 신은 무엇을 하는 존재일까? 우리의 삶에 점수를 매긴다면 예외가 없는 완벽한 기준이 있을 수 있을까? 그 기준은 무엇이며 지금부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선과 악을 나누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까?”


그리고 이제는 진짜 멋진 나만의 인생을 천천히 확실하게 만들어서 굿 플레이스에서 내게 이렇게 말하는 순간을 기대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시간이다.

"라라제이, Come on in!"


굿 플레이스로 가는 열기구에 올라탄 주인공들


굿 플레이스는 어렵고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윤리학 이론들과 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과하지 않게 풀어내면서 현실성과 유쾌함까지 잃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해서 생각해볼 문제도 많았고, 한 번쯤은 누구나 해본 고민들에 대하 답도 머릿속을 번개같이 스쳐 지나갔다.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보려고 시작했던 드라마가 힐링과 행복함을 함께 주는 바람에 재생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이번 겨울에 가장 따뜻하고 건강하고 쿨한 드라마가 아닐까!!


그리고 2021년엔 부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굿 페어가 되고, 소울메이트가 되어주는 선택만을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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