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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현 Aug 31. 2021

[플리4] 삶과 죽음, 그 끝에는 영원이 남을까

JAMIE(박지민) - You raise me up(K팝스타)

나는 유독 만남과 헤어짐이 힘든 아이였다. 

처음에는 내 마음에 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려 힘들고, 정이 많아 헤어질 때는 가득 남은 마음을 어쩌지 못해 힘들었다. 아직도 내 마음은 만남과 헤어짐의 속도를 받아들이느라 바쁘게 뛰어다닌다. 


1년 사이로 사랑하는 가족을 두 명이나 잃었다. 

헤어질 준비를 하기엔 짧은 시간이었고, 한여름 장마비와 함께 떠난 두 명을 떠올리면 마음의 빗장이 터져 눈물이 난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언제나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고, 든든했던 존재들. 

삶과 죽음 사이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것 같았던 사람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나였는데, 

결국 나는 이 세상에 남고 그들이 짧은 인사만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예전의 나였다면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불신으로 더 마음의 문을 닫고 울타리를 높여 헤어짐에 대비했을 터. 지금의 나는 오히려 울타리를 낮추고 문을 자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언제 어디서 헤어짐을 맞이해도 후회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내가 아프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너무나 힘들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사건, 사고가 일어나 무고한 사람들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다. 


어린 시절,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뉴스로 보았다. 매일 유치원에 갈 때면 회사간 아빠가, 집에있을 엄마와 동생이 걱정이 되었다. 그 뉴스의 주인공이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될까봐 마음 졸였다. 

초등학교 때는 우리 나라는 언제든 다시 전쟁일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땅굴 사진과 함께 여러 자료들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할머니는 6.25전쟁 때 기적같이 살았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전쟁이 나면 우리 가족이 다 같이 피난을 갈 수 있을까? 매일 불안함에 시달렸다. 

어느 날 학교에 도착하자 텔레비전에서 뉴욕 쌍둥이빌딩에 비행기가 돌진해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뉴스에서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이모네 가족이 사는 대구에서 지하철에 불이 나 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주 고통스럽게.

친구들이 군대에 많이 가있던 시기,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 많은 군인들이 또 목숨을 잃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죽을까?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은 이래서 생겼구나.



어린 시절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키워드는 '죽음'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태어나고 죽는다.

삶의 순리이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그래서 공평한 것이고,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수없이 많이 들어온 말들이다. 

하지만 어린 나의 논리로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번 태어나고 죽는 것이 공평하다면, 어떻게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도 공평한 결과가 있어야 하지 않나?

권선징악이 전래동화에만 있어서는 안되지 않나?


지난 플리에서 소개했던 영화 <트와일라잇>에서는 뱀파이어인 남자주인공 '에드워드'가 끝나지 않는 불멸의 삶을 저주라 여기고, 찰나같은 여자주인공 '벨라'의 삶을 부러워하며 절대 뱀파이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불멸의 삶도 살아볼만 하지 않을까(동물의 피를 마셔야 하고, 주위에서 늙지 않아 의심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지만..). 벨라가 죽은 뒤에 남겨질 불멸의 삶이 나는 더 두려울 것 같지만, 벨라에게 평범하고 자신이 겪은 크고 작은 괴로움을 겪지 않게 하려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이 그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고 슬픔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염세적이고 시니컬했던 내게도 미국에서 터닝포인트가 있었고, 삶에 대해 조금 더 따뜻한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도 착하고 선한 사람들의 무고한 죽음에는 분통이 터지고, 악한 사람들이 잘나가고 잘먹고 잘사는 것을 보며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따뜻하게 넘치는 사랑이 있고,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결국에는 이긴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중세 시대 유럽 귀족들에게 유행했던 바니타스 정물화.

아름다운 꽃, 맛있는 과일 등과 함께 해골을 함께 그려 어딘지 모르게 섬뜻한 그림이다. 

모든 것은 시들기 마련이고, 우리는 죽음을 언제나 잊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그림을 보며 마음에 되새기기 위함이라고 한다. 


지혜의 왕이라고 불린 솔로몬이 쓴 잠언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화풍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언제나 함께하고 있지만 없는 것처럼 간과하기 때문에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투자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있고,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왜 하는 것인지

반드시 답을 얻고 우선순위에 따라 움직여야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그들이 나를 잃는 순간이 와도 후회하지 않도록.

슬픔과 고통을 없애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니 그들을 만났던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게 해주는 장치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이렇게 글을 써 내가 잃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기억하고 추모해야겠다.

아프지 말고 편안하길.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길.



 





 * 미국에서부터 헤어짐에 마음이 아파 울며 듣던 버전, You Raise Me Up 

https://youtu.be/HpdWgmIt1Q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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