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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현 May 10. 2023

뼈 때리는 이야기_08

아이 어른 노인

50주년 어버이날을 맞아


5월 8일 어버이날은 1973년에 제정, 공포(公布)되어 2023년 올해로 정확히 50주년을 맞았다.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여 경로효친 행사를 해오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어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변경 후 지정하였다.


삼강오륜(三綱五倫)까지 들먹이며 모든 윤리강령을 실천하며 살기에는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한두가지 기본은 지켜며 사는 것이 흔히들 말하는 인간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언제부터인가 예(禮)와 효(孝)가 실종된 사회가 되었다. 핵가족화,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한 몫 하겠지만 사실 그것과는 별개문제다. 대가족 문화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되었으니 말이다.




'효'는 둘째치고 '예'에 대해서 한 번 말해보자.

길을 가다가 나이 지긋한 중장년과 젊은 사람이 시비가 붙었다. 지금까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풍경인 “너 나이 얼마나 먹었어?” “너는 집에 삼촌도 없냐?” “집에 아버지도 없냐?”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바로 '맥락없는 응수'가 돌아온다. "먹을만큼 먹었다" "그래 없다" "가족은 건들지 말자". 나이를 떠나 덩치 크고 싸움 잘하는 상대에게만 아주 겸손할 뿐이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인상이 험상궂어도 어른이 지나가면 피우던 담배를 슬그머니 숨기며 고개를 돌리던 시절은 지났다. 강한척하고 어른을 봐도 똑바로 쳐다보며 기싸움에서 이겨야 내가 강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시절이 되었다. 그것이 마치 대단한 훈장이자 무용담인냥 친구들 사이에서 어깨를 으쓱하며 뽐내는 것이 자랑인 세상이 되었다. 나라를 구한 것도 아니고 악(惡)에 맞서 싸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부끄러워도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 없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노인은 이제 더 이상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바른 말을 할 수가 없다. 비단 노인이 아니라도 약해보이는 어른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어른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냥 나보다 약해보이는 한 '사람'일 뿐이다. "이노무 자슥들" 이라고 크게 호통을 치면 별로 무섭진 않아도 그저 어른 대접한다고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던 시절은 더 이상 없다. 이는 분명 영화나 TV같은 대중 매체의 악영향이 크다. 책과 사색에서 멀어지고 영상을 일방적으로 쉽게 받아들이며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다. 미디어에서 노출되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학습이 된 것이다. 자극적인 것은 쉽게 따라한다. 쉬운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렵고 힘들지만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쉽게 따라하지 않는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거니와 무엇보다 어렵고 귀찮기 때문이다. 갈수록 귀찮고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쉽고 자극적이고 빠른 결과가 나오는 일에 치중(置重)한다. 어른을 어른으로 보지않고 함부로 대하고 막말을 하는 것도 그것에 속한다. 마치 본인이 영화에 나오는 수퍼영웅이라도 된 듯이 말이다.


미디어를 통해 그런 불량스럽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와 청년들이 어른들에게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문제다. 물론 누가 봐도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도 있으니 그런 것은 별개의 일로 치자. 그런데 문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대한다는 것이다. 내 새끼 귀한 줄만 알고 가정교육을 등한시하며 키운 부모 탓도 크다. 아니면 부모가 가정교육은 똑바로 시켰는데, 스스로가 부지런하게 알아서 삐딱해져 버린 본인 탓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 대접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도 문제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 너무 많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무조건 어른이 되는 건 줄 알았겠지만 오산이다. 어른 짓을 해야 어른이다. 어른 짓은 하지 않으면서 '내가 어른이다' 하고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며 좋은 어른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하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좋은 아이가 나이 들어서 좋은 어른이 되고 좋은 어른이 나이 들어서 좋은 노인이 된다. 좋은 노인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야 하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아이로 자라야 한다. 이 모든 인과(因果)가 없이 한순간 바로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그러니 어린 시절부터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좋다. 만일 필자(筆者)처럼 철이 늦게 들었다면 성인이 된 시점에라도 가치관을 재정립하여 올바른 가치관을 토대로 살아가는 것이 좋다. 아직까지는 찾아보면 좋은 어른들이 보이긴 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어른은 더욱 만나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 스스로가 나중에는 천연기념물이 될지도 모를 좋은 어른의 반열에 들도록 노력하자. 위대한 철학자나 성공한 사업가만 존경받는 것이 아니다. 좋은 어른, 배울 것이 있는 현명한 노인들이야말로 젊은 세대들에게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자산이다. 스스로가 그렇게 나이들어 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자.




언젠가부터 '꼰대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누가 무슨 말만 했다 하면 '꼰대' 소리가 자동으로 나온다. 상대가 하는 말의 논점(論點)은 파악하지 못한채 '꼰대'라는 말을 앞세워 자기 방어기제(防禦機制)로 활용한다. 이제는 '꼰대'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가소롭기까지 하다. '꼰대' 라고 말 하지만 그저 상대가 하는 말이 듣기 싫은 거다. 부모의 잔소리도 듣기 싫고 선생님의 잔소리도 듣기 싫은데, 다른 어른의 잔소리야 말해서 무얼하나. 그러니 '꼰대' 이 한 마디로 상대를 무시하고 하찮게 취급하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가정교육과 공교육의 부재(不在)로 나타나는 안타까운 사회현상은 차고 넘친다.



얼마전 새롭게 방영을 시작한 SBS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가 있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장동화(이신영) 선생에게 일침을 가하는 김사부(한석규)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장동화: 이런 분이셨습니까?

김사부: 뭐?

장동화: 선생님은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꼰대질하는 건 다른 교수님들이랑 똑같으시네요.

김사부: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장동화: 전공의 나부랭이 주제에 함부로 대들지마라 까불지마라. 애저녁에 싹 죽여놓고 기 꺾어놓고 시작하는 거 아닙니까? 이거 지금.

김사부: 하 이 새끼 봐라 이거. 야 이거 또 간만에 전투력에 불을 확 지르네. 이게.

장동화: 이새끼라뇨. 함부로 말씀하지 마십시오. 선생님.

김사부: 선생이라고 부르지 말던가 그럼. 야! 교육인지 훈육인지 구별도 못하고 나이 많은 것들이 하는 소리는 죄다 골질에 꼰대질로 제껴버리면서 선생님은 무슨 말라 비틀어질노무 선생님이야. 어이 장동화선생님. 그냥 너도 마음 편하게 그럼 이새끼 저새끼 해. 참고로 나는 성질머리가 원래 이렇다. 노력도 안하는 주제에 세상 불공평하다고 떠드는 새끼들. 실력도 하나 없으면서 의사 가운 하나 달랑 걸쳐입었다고 잘난척하는 새끼들. 지 할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불평불만 늘어놓는 새끼들. 아유. 그냥 대놓고 조지는게 내 전공이거든. 알아둬라.




'교육인지 훈육인지 구별도 못하고 나이 많은 것들이 하는 소리는 죄다 골질에 꼰대질로 제껴버린다'는 김사부의 한마디에 속이 후련해졌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교육'도 듣기 싫고 '훈육'도 듣기 싫으니 모든 것을 '꼰대질'로 치부한다. 젊은 세대들의 비겁하고 치졸한 대처인 것을 알지만 기성세대들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한마디 더 했다가는 정말 꼰대가 될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기성세대들은 지금 젊은 세대로부터 '꼰대'라는 단어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수시로 본인을 돌아보며 내가 정말 꼰대짓을 하는지, 그게 아니라면 적당한 훈육과 교육을 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판단이 섰고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꼰대'라는 말에 얽매이지 말고 시원한 참교육 시전 한번쯤 해줄 필요도 있다.


요즘은 젊은 꼰대들이 더 큰 문제다. 젊은 꼰대는 본인보다 나이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은 모조리 '꼰대질' '꼰대들의 잔소리'로 치부한다. 정작 본인은 후배들에게 '꼰대질'을 일삼으면서 말이다. 동화속 주인공이라면 그나마 낫겠으나 내로남불의 적극적인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다. 적당히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자. 젊은이도 어른도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남녀노소 모두 마찬가지다. 단, 죽었다 깨어나도 어른 대접은 못 받을 것 같은 꼰대 중에 상꼰대가 있다면 이것은 거르는게 낫다.


범우주론적으로 보자면 정말 티끌만도 못한 존재가 인간이다. 아이 청년 어른 노인으로 나누지 말고 그저 한 '인간'이라 생각하자. 그리고 한 '인간'일 뿐인 스스로를 계속해서 돌아보자.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나를 돌아보며 자아성찰을 한다면 한결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서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나이 대접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해주는 것이다. 나이 대접을 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윗사람에게 나이 대접을 해주면 된다. 인지상정(人之常情), 인과응보(因果應報) 라는 말이 괜스레 생겨난 말이 아니다. 모든 것은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먼저 베풀고 살자.


예와 효는 늘 함께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예'를 지키고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면 '효'도 삶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늘 실천하며 살도록 하자.


어버이날에만 부모님께 전화를 하는 연례(年例)행사는 이제 그만하고 매일 문안인사를 드리는 상시(常時) 행사를 해보자. 자식은 부모가 전화를 하면 귀찮아 하지만 부모는 자식이 매일 전화해도 귀찮아 하지 않는다. 부모는 자식이 열번을 물어봐도 똑같은 대답을 해주지만 자식은 부모가 두번만 물어봐도 싫은 기색을 한다. 부모는 자식을 키우던 시절 자식이 열번이 아니라 백번을 물어봐도 사랑스런 눈빛을 보내며 똑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나는 지금 내 자식에게 어떻게 대하고 내 부모에게는 어떻게 대하는지를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효도는 금전적인 것만으로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자식을 생각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그리고 전화 한 통 해보자.


자기 부모를 섬길 줄 모르는 사람과는 벗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는 인간의 첫 걸음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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