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다른 이성에게 쏟을 정성의 1/10, 아니 1/100만 쏟아도 매일 나를 업고 다닐 사람이 내 배우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농장을 하는 노부부에게 거위가 한 마리 있었다. 어느 날부터 거위가 황금알을 낳자 부부는 이제 부자가 되었다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부부는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황금알을 팔아 사치스런 생활을 시작했다. 계속해서 황금알을 낳던 거위가 어느 날부터 황금알을 낳지 않았다. 황금에 눈먼 부부는 거위의 몸 안에 황금덩어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위의 배를 갈랐다. 그러나 거위의 뱃속은 다른 거위와 다를 바가 없었다. 괜한 욕심을 부려 황금알도 다시는 얻지 못하고 애꿎은 거위만 잃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결혼 후 시간이 흐르면 연애시절 감정과 신혼의 '불타는 사랑'은 서서히 퇴색되기 마련이다. 이는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부부는 불타는 사랑 하나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불타는 사랑을 하는 부부는 드물다. 아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살아간다. '불타는 사랑'이 아닌 따끈따끈한 '구들장 같은 사랑'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평생 '불타는 사랑'을 찾다 보면 이내 지치고 모두 다 타버려 재만 남을지도 모른다.
오랜시간을 함께한 부부는 평소 서로에 대한 감정표현이 조금 투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부는 끈끈한 정으로 평생을 함께 하는 사이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매일을 함께하니 익숙함에 속아 그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를 잊은 것이다. 이것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상대가 아파보면 안다. 배우자가 아플 때 내가 얼마나 그를 걱정하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아마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연애할때는 손만 잡아도 전기가 오고 입술을 맞대면 황홀경에 빠진다. 하지만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손을 잡으면 정감있고 애처로움이 밀려온다. 입술을 맞대면 사랑스럽고 따스하다. 없어야 귀한줄 아는 아마추어가 아닌 가지고 있으며 귀한줄 아는 프로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관심이 가는 이성이 있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룻밤 로멘스를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르고 다시는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매일 황금알을 낳는 것을 보며 평생 곁에 둘 것인지를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수퍼스타나 연예인은 좋아한다고 해도 가질 수가 없다. 그러나 가지지 못한다고 해서 싫어하지 않는다. 그저 보는 것으로 즐겁고 듣는 것으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관심이 가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저 수퍼스타라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수퍼스타는 평생 한 번 만나기도 힘들다. 하지만 호감이 가는 사람은 그나마 얼굴이라도 볼 수 있고 대화라도 나눌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자린고비의 굴비와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당장 새끼줄에 걸린 굴비를 내려서 먹으면 잠깐 행복할 수 있다. 아주 잠깐. 하지만 앞으로 굴비를 보며 입에 침이 고이는 즐거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먹어버린 굴비는 그 자리에 없다. 굴비가 사라진 허공을 바라보며 지나간 시간을 후회할 것인지 말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살다보니 느끼는 것들이 있다. 필자가 인생을 논하기에 충분한 나이는 아니나 하지 못할 것도 없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겠나.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여인을 찾는다는 것이 남자 아닌가. 마찬가지로 멋진 남자에게 끌리지 않는 여인이 어디 있을까? 허나 아름답고 멋지다고 해서 다 가지려 해서는 안된다.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버섯은 필시 독버섯이다. 눈으로 두고 감상하면 오래 볼 수 있는 것을 굳이 소유하고 먹어서 없앨 필요가 있겠는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 오히려 내가 가지지 않음으로써 더 오래 보고 즐길 수 있다. 그런 매력적인 이성이라면 단 한 번의 뜨거운 사랑보다는 평생의 좋은 친구로 남기는 것이 더 이득일 수 있다.
※ 제 브런치의 모든 글은 생각이 날 때마다 내용을 조금씩 윤문(潤文)하여 완성된 글로 만들어 나갑니다. 초안 발행 이후 반복 수정하는 과정을 꾸준히 거치니 시간이 지날수록 읽기가 수월하실 겁니다. 하여 초안은 '오탈자'와 '문맥'이 맞지 않는 글이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구하겠습니다. 아울러 글은 저자의 손을 떠나면 독자의 글입니다. 근거없는 비난은 거르겠습니다. 하오나 글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습니다. 독자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겸허한 마음으로 활발히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로 인해 글을 쓸 힘을 얻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저자 박석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