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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현 Sep 24. 2023

딸과 아버지의 시간_자기주도학습

학원의 딜레마에 빠졌다.

<딸과 아버지의 시간> 2023-09-24일 중3 중간고사 이틀 앞두고...


북한의 김정은이 대한민국 중학교 2학년이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는 중2병. 사랑하는 딸은 그 중2병을 참으로 지독하게 앓았다. 그 모습을 참아주지 못한 나는 매일 당근과 채찍의 연속이었고 본인을 포함한 온 가족이 가장 힘들었던 그야말로 전쟁 같은 시기를 보냈다.     


중2병이 정점을 찍던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시작 무렵. 수학, 영어, 미술, MMA(종합격투기), 이렇게 다니던 4곳의 학원을 모두 끊었다. 그저 학원을 오가기만 할 뿐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미술이나 운동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학원에 다닌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 스스로가 현실에 안주하려는 모습이 걱정되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학원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될 것 같아서 가족회의를 거친 후 과감하게 모든 학원을 끊었다. 학원을 끊으며 몇 가지를 약속했다. 일단 당분간 쉬며 한번 생각해보자. 매일 학원 가기 전 답안지를 보며 급하게 숙제를 하고 쫓기듯이 학원을 오가는 모습이 정녕 행복했던가? 매달 학원에 주는 수강료로 오히려 자기 계발을 위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학원을 안 가는 대신 책을 많이 읽도록 하자. 그리고 언제든 네가 공부가 하고 싶고 필요성을 느끼면 다시 학원에 보내달라고 해라.   

  

그렇게 약속을 했고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중학교 3학년 9월. 중간고사를 3주 앞두고 사랑하는 딸은 갑자기 수학학원을 좀 보내달라고 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친구들은 다 알아듣는데 본인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수학학원에 다녀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한참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뭐 하다가 갑자기? 또한 반드시 지난번 다녔던 집 근처 OO수학 학원에 화요일과 목요일 밤 7~10시에 다녀야 한다고 했다. 본인은 한참을 쉬었으니 일주일에 두 번 가서 한 번에 세 시간씩 치열하게 공부해야지만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왜 학원과 시간을 한정하는지 궁금했고 다음 날 학원 원장 선생님과 통화를 하니 제일 친한 친구가 그 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그 시간에 수업을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속는 셈 치고 지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싶었는데, 원장 선생님이 그 반은 진도가 달라서 못 들어간다고 했다. 매주 월, 수, 금요일 오후 4~6시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했고 그 말을 들은 딸은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한숨을 내쉬며 뭐라고 쫑알쫑알했지만 어찌해서라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이내 수긍하고 학원에 다니겠노라고 했다. 학원에 다니는 조건은 ‘학원 가기 직전에 쫓기듯 숙제하지 말 것.’, ‘평소 집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었다. 그렇게 끊었던 수학학원을 거의 일 년 만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과 크게 바뀐 건 없고 또다시 학원 좋은 일만 시켜준 것 같았다.


일요일 오전에 친구를 만나러 다녀온 딸이 점심을 먹고 방에 들어가며 말한다.

“아빠. 나 이제부터 공부할 거니까 말 시키지 마.”

“사랑하는 딸아. 이러다 전교 1등 할라. 아빠 너무 불안하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아빠 충격 안 받게 전교 10등만 해라.”

“어. 알았어. 말 시키지 마.”

잠시 후 노크를 한 후 살짝 방안을 살펴보니 침대에 엎드려서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오후에 시험 대비하러 학원에 가야 하는데 아마도 그 숙제를 다 못한 것일 테지. 모른 척하고 나오며 한마디 건넨다.

“사랑하는 딸아. 무섭다. 조금 살살 해라.”

“어. 알았어. 바쁘니까 말 시키지 마.”     


잠시 후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학원에 갈 시간이 다 된 딸은 엄마에게 차로 데려다 달라며 부탁했고 그렇게 서둘러 학원에 갔다. 앞으로 학원에 가는 날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학원만 오가며 말 그대로 그저 다니기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공부를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교육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학원 좋은 일만 시켜주는 가정이 참 많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늘 숙제는 다 해갔으려나?‘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보내는 부모도, 돈도 모두가 고생이다.


※ 결국 학원은 한 달만 다니고 다시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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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브런치의 모든 글은 생각이 날 때마다 내용을 조금씩 윤문(潤文)하여 완성된 글로 만들어 나갑니다. 초안 발행 이후 반복 수정하는 과정을 꾸준히 거치니 시간이 지날수록 읽기가 수월하실 겁니다. 하여 초안은 '오탈자'와 '문맥'이 맞지 않는 글이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구하겠습니다. 아울러 글은 저자의 손을 떠나면 독자의 글입니다. 근거없는 비난은 거르겠습니다. 하오나 글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습니다. 독자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겸허한 마음으로 활발히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로 인해 글을 쓸 힘을 얻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저자 박석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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