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고 3개월이 지나서야 덥수룩한 머리를 발견하고 나갈 채비를 하였다.
오랜만에 나온 바깥세상은 겨울이지만 햇살의 온기를 가득 품은 따뜻한 찬바람이 가득했고
그 바람을 가득 품은 채 자주 가던 동네 미용실에 도착했다.
평소 같았으면 투블록과 다운펌을 했었겠지만
펌 하는 시간도 아내에게 미안한 지금의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아이를 보러 가야 해서 커트만 해주세요”
- 아이 키우느라 스트레스 많으시죠?
디자이너 선생님이 나에게 첫 스몰 토크를 건넸다.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내 뇌리 속에 들어오는 순간
기저귀 갈다가 나에게 소변을 발사하고
기껏 분유 잘 매겼더니 토하기는 일상이고
2시간 걸려 잠을 재웠더니 10분 만에 다시 눈을 뜨고 있고
아무런 이유 없이(뭐.. 본인은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울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지나갔다.
- “그렇긴 하죠 “
- 그래도 좋지 않으세요?
“그래도 좋지 않으세요? “ 뭔가 정답 같은 말이었다.
아무리 아이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하더라도
나에게 웃어주는 그 밝은 미소 하나면 그 스트레스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까
백 번을 잘하다가도 하나만 잘 못하면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세상에서
그 반대로 역행하고 있는 상황들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육아인 듯하다.
- 끝났습니다.
웃는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다 보니 그새 내 머리는 단정해졌다.
단정해진 머리처럼 육아 걱정이 가득한 내 마음도 단정해졌다.
이제 어서 보러 가야지, 그 웃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