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자유여행 : 눈 내리는 울란바트르

결국 울란바토르에 눈이 내린다.

by 쌈마이작가

밤새 휴대폰 알람에서 눈이 온다고 했다.

아침.

결국 울란바토르에 눈이 온다. 부산 사람이라 눈이 귀하다. 하지만 내일 600Km를 버스 타고 가야 하는데 눈 길이 될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내가 걱정해 봐야 해결할 수 없다. 우산과 장갑을 챙겨다.

눈 구경이나 해보자 싶다.



괜히 나왔다. 춥다. 이틀째 파란 하늘을 제대로 못 봤다.

수흐바타르 광장에 도착했지만 추워서 막막하다.

말타고 있는 수흐바타르 동상이 안쓰러워 보이는 추위다. 동상 걸리겠다. 그래서 동상이라고 하는 걸까.

젖은 보도블록과 눈 내리는 광장은 황량한 느낌이다. 내일 갈 고비 사막의 황량함을 먼저 느끼는 거 같다.

숙소로 갈까. 아니다.

자이승 전망대로 가보자.

눈 내리는 길거리에 사람도 많고 버스도 많다. 그 많은 버스가 도로에 서있다. 그 많은 버스 중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는다.


52번 버스가 왔다. 자연스럽게 몽골1000원짜리 지폐를 내고, 자연스럽게 빈자리에 앉았다. 추위는 나를 몽골 사람으로 빙의 시켰다.


차가 밀린다.

중간에 내렸다.

괜히 내렸다 싶다.

춥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횡단보도가 안 보인다.

현지인들처럼 자연스럽게 무단횡단에 합류했다.


추워서 눈에 띄는 차이니즈 레스토랑으로 피신했다. 따뜻한 걸 먹긴 해야겠는데 몽골 특유의 향이 날까 봐 조심스레 메뉴를 골랐다. 17,800투그릭, 우리 돈으로 약 12,000원짜리 우육면.

소고기 맑은 국에 면을 푼 것 같은 익숙한 맛이다. 핫소스를 달라고 해서 팍팍 뿌려 먹으니 꽁꽁 얼었던 몸이 싹 녹는다. 역시 추울 땐 뜨끈한 국물이 최고다.



몸을 데우고 근처 이태준 기념관에 들렀다. 뜬금없이 몽골에 있는 이유는 몽골 마지막 칸(왕)의 주치의였다고 한다. 몽골에서 의료활동과 독립운동을 병행했다고 한다. 1919년 당시 몽골에서 최고 훈장까지 받았다고 한다. 최근 고향인 함안에도 기념관이 생겼다고도 한다.

정갈하게 꾸며진 공간, 한쪽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당신의 희생과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나도 마음을 담아 글귀를 남겼다.


반대편에 있는 자이승 전망대로 향했다. 끝도 없는 계단을 걸어 올라갈 엄두가 안 난다. 옆에 있는 복합 쇼핑몰 건물에 연결된 구름다리 같은 게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추측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연결된 구름다리가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 밖으로 나가니 거대한 콘크리트 탑의 위용이 대단했다. 한쪽에서는 몽골 젊은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나도 질 수 없지.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눈을 뭉치기 시작했다.

손 시러움이 육성으로 터져 나왔다. 내 동심은 벌써 얼어 죽은 거 같다. 대충 눈덩이 두 개를 포개 놓고, 돌 두 개로 눈만 박아준 뒤 미련 없이 돌아섰다.


다시 버스를 타고 맛집이 많다는 서울의 거리로 향했다.

하... 그냥 몽골 인도에 '서울의 거리'라는 이름표만 붙여둔 걸까.

내가 생각한 화려한 거리와는 괴리감이 너무 컸다. 비수기라 그런가 보다.

한국식 정자가 있다고 해서 찾아보려고 했지만 정자는 보이지 않았다. 현미경으로 찾아봐야 하는 걸까.....


실망하고 돌아서려는데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푸드트럭이 보였다. 가격은 6,000투그릭, 단돈 2,400원.

오뎅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추위가 다시 눈 녹듯 사라졌다. 비싼 커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온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다 먹은 컵을 들고 서 있으니, 주인분이 몽골어로 웃으며 손짓을 한다. 따뜻한 국물을 찰랑거리게 리필해 주셨다. 인류애도 덩달아 넘실 거린다.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한두 시간쯤 쉬다 보니 다시 배가 고프다. 현지인들이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운다는 체인점으로 향했다. 식당 안엔 사람들이 가득했지만 다들 조용히 전광판 숫자만 보고 있었다.

내 대기 번호는 112번. 한참을 기다려 8,800투그릭, 단돈 4,000원짜리 소고기 전골 요리를 받았다.


약간 느낌이 싸했지만 한 입 먹어보니 우리나라 소갈비탕이나 완자탕 같은 맛이다. 양고기 인듯 했다. 특유의 냄새도 없고 입맛에 딱 맞다. 이 가격에 이 퀄리티라니, 사람들이 묵묵히 전광판만 쳐다보며 기다리는 이유가 있었다.



소화도 시킬 겸 수흐바타르 광장까지 다시 갔다. 칭기즈칸의 위용은 밤에도 변함없다. 길거리에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울리고, 호루라기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사람들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빠르게 걷는다.

나도 현지인들 틈에 섞여 몽골의 밤거리를 걸었다. 괜히 소주 한잔이 땡긴다. 참는다.


내일 달란자드가드로 600Km를 버스타고 가야한다.

고비 사막으로 가는 첫 번째 고비가 될 것 같다.


서울 거리

https://maps.app.goo.gl/xijQ9GLQy7Twnwqc8

자이승 전망대

https://maps.app.goo.gl/uHQuZ3HHkcHHu1b77

이태준 기념관

https://maps.app.goo.gl/Qws5pLTGkF9LM8mU7

근처 식사 할만한 중국식당

https://maps.app.goo.gl/xpzWzK7hnVeNuQAr5

수요일 연재
이전 03화몽골자유여행 : 울란바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