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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행 Dec 28. 2020

1. 매너가 선진국을 만든다

최근 읽은 '돈의 속성'에 국제적 수준의 행동 에티켓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회사의 대표들이 상식적인 수준의 에티켓도 잘 모른다는 것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미국에 13년 전과 1년 전에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문화는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에티켓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에티켓을 지켰고 심지어 노숙인들도 지켰다. 물론 팁을 받으려는 의도 있지만, 노숙인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미국 사람들이 이 에티켓을 얼마나 깊이 중시하는 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내가 정말 혐오하는 행동 중 하나인 뒤에서 밀거나 치는 행동을 미국에서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다. 혹시 실수로 부딪치면 반드사과한다. 얼마 전에 브런치에 썼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붐비는 대중교통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자의 나이대가 높은 것을 보아 우리나라 젊은 층은 이 에티켓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보인다.

또한 미국에 있을 때 좋았던 점은 칭찬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미국 특유의 스몰토크 문화는 외모 칭찬보다는 주로 패션, 취미, 관심사 그 사람의 개성에 관한 것이다. 

환학생 시절

"I like your coat. Where did you get that?"

이라며 묻는 친구들이 많았다. 어떤 날은 코트, 어떤 날은 티셔츠, 모자, 머리스타일 등 coat에 들어갈 단어만 바뀌고 끊임없이 관심 가져 주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돼서 진짜 어디서 산 건지 궁금한 건가 싶었지만 나중에는 미국식 스몰토크라는 것과 관심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Sweet. Cute."라며 미국인 특유의 표정과 제스처로 반응해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Sweet~이란 단어는 어감이 좋아 나중에는 나도 많이 사용하곤 했다.

한 번은 나도 유머 감각을 뽐내보고 싶어서

Korean Eagle(American Eagle:미국 유명 의류 브랜드)에서 샀다며 실없는 농담을 했는데, 한국에 진짜 코리안 이글이라는 브랜드가 있는 것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 친구들 때문에 결국 실패했다. 역시 언어에서 유머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신기한 점은 미국인끼리도 외모에 관한 얘기는 잘 안 한다는 것이다. 패션도 외모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뉘앙스의 차이가 분명 있다. 

유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온 부대찌개 러버이자 대한미국놈인 울프슈뢰더의 사례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 차이를 보여준다. 어머니 한국놀러 와서 모르는 사람에게 티셔츠 예쁘다 어디서 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슬금슬금 피다고 한다. 어머니가 마음의 상처를 입으셨다고 ㅎㅎ

울프슈뢰더의 어머니와 피하던 사람들이 모두 이해된다. 스몰토크는 이렇듯 지인 하고만 하는 것이 아니다. 1년 전 여행 때 가게 점원이 우리 커플이 잘 어울린다며 여행지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올해 코로나19의 확산과 미국 대선 불복 이슈 때문에 '미국이 무슨 선진국이냐'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현 팬믹 시대에는 스몰 토크가 전염병을 더 확산시키는 문화가 되었을 수 있다. 또한 개인과 신체의 자유를 중시하는 신념이 마스크를 꺼리게 만들서 전염을 가속화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뉴노멀 시대 에티켓과 매너의 기준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이 전염병이 끝나도 유효할 것인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뉴노멀 시대에 맞는 에티켓을 잘 지키는 나라로 인정받았다. 중세시대에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 전염병은 이번에도 전세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이 혼란을 끝낼 백신은 우리가 선진국이 맞는가 의심했던 기존의 선진국들에서 개발했다. 결국 승기를 다시 선진국잡은 것이다.


미국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는 미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졌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사적인 얘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예전부터 정리하고 싶었던 미국을 이번 기회에 더 확실히 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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