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친구들을 잘 만나지 못한 지 어언 1년 반..
작년에는 역대 최장 장마가 오더니 올해는 역대 가장 늦은 장마가 왔다...
돌풍과 함께 억수 같은 비가 내리니 집에서 쉬어도 축축 쳐지고 졸렸다.
날씨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다.
문득 연인들은 코로나에 장마에 데이트할 장소가 마땅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결혼을 안 하고 연애 중이었다면 오늘 데이트를 했을까?'라는 상상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답은 "Nope."
저번 주 어느 날, 맑은 하늘이 5초 만에 흐린 하늘로 바뀌더니 장대비가 쏟아졌다.
마침 밖에 있었던 나와 남편은 건물에 피해있다가 집이 10분 거리니 뛰어가자며 비를 맞고 집을 갔다. 10분이었는데도 워터파크에서 논 것마냥 몸이 천근만근 너무 힘들었다.
그 소나기는 우리를 놀리는 건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쳤다.
장대비가 내릴 때는 우산마저 소용없을 때가 많고, 신발은 약한 비에도 쉽게 젖기 때문에 비 오는 날 외출이 꺼려진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나는
"이런 시기에 우리 결혼 안 했으면 잘하면 헤어지거나 사이가 나빠졌을 수도 있겠다. 그치?"
남편은 답했다.
"나는 계속 붙잡았겠지."
오잉? 예상치 못한 발언에 놀랐다.
이 남자 진심을 툭툭 내뱉을 때마다 예쁜 말만 골라서 하는 능력이 있다.
평소에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더욱 심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