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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닥북닥 Jul 28. 2024

하루 24시간 집안 지키기 프로젝트

평범한 백수의 하루 : 집에만 있을 때 이야기

    백수의 24시간은 꽤 빨리 흘러간다. 집에만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 비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지도 않다. 오늘은 집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집순이 백수의 24시간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백수로 살다 보면 생각보다 집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은 금세 흐른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다. 집순이 백수의 24시간은 비교적 늦게 시작된다. 어느 날부터 알람을 맞춰놓아도 끄는 습관이 생겼다. 아침 일정이 없으니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알람 맞추는 것을 포기했다. 그냥 그렇게라도 나는 이 미천한 백수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나 보다.

    

    알람을 맞추고 자지 않다 보니 저녁때에도 부담 없이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다. '이것만 더..' '이 영상만 마저 볼까?' 하다 보니 12시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새벽 2시가 되었다. 저절로 팔이 떨어지며 핸드폰이 얼굴과 맞닿을 뻔할 때 이제 더 이상의 유튜브 시청은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잠에 취하고 일어나면 오전 10시. 정오까지 고작 2시간이 남았다는 것에 어이가 없어지는 백수지만 늦은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기지개를 켠다. 오른쪽 다리를 위에 올렸다가 내려놓고 다시 왼쪽 다리를 위에 올렸다가 내려놓으며 총 1분도 걸리지 않는 아침 스트레칭까지 끝낸 후에야 침대 밖을 벗어난다. 침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영양제를 두 알 집어먹는다. 영양제를 과도하게 먹으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비타민 두 알 쯤이야 싶다. 그렇게 영양제를 먹으면 몸에 좋다는 물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이렇게 되면 백수의 아침은 끝이 난다. 달력을 확인하니 오늘은 단기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 날이고 별 다른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날이다. 


    바닥을 들여다보니 머리카락이 가득하다. 청소기를 가져온다. 한 바탕 쓸고 나니 바닥이 깨끗해졌다. 이참에 환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창문을 연다. 쓸고 닦고 하다 보니 대충 오전 11시다. 밥이나 먹을까 하며 냉장고를 연다. 이것저것 반찬을 꺼내고 접시에 담는다. 밥도 데운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면 벌써 오후 12시 반이다. 백수의 식사시간은 자유롭기에 유튜브를 함께 시청하다 보면 1시간이 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벌써 오후 12시 반. 식곤증이 몰려올 것 같아 유튜브에서 홈트레이닝 영상을 찾아본다. 재밌어 보이는 유산소 운동이 하나 보인다. 대충 따라 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운동 아닌 운동을 하고 나면 벌써 오후 1시 반이다. 그제야 생각이 난다. 관리실에 연락해서 소독 예약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부랴부랴 관리실에 연락을 한다. 집순이 백수에게 맡겨지는 유일한 임무는 이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이다. 소독 예약을 마치고 나면 아이패드를 켜 공부를 하는 시늉을 해본다. 얼마 가지 못한 집중력에 공부를 대충 끝내고 나면 오롯이 나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생긴다.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시작한다. 글을 써보기도 한다. 더 이상 쓸 말이 없으면 그때에는 책을 읽어본다. 책도 지겨우면 컴퓨터를 켜 뉴스를 본다. 뉴스도 지겨우면 웹툰을 본다. 그리고 그냥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보기도 한다. 할 일 없이 느껴지는 한량 같지만 꽤 짜릿한 느낌도 든다. 이런 하루도 내게는 필요한 것만 같다. 그러다 문득 이런 하루가 쌓이면 안 될 것 같다는 꽤 섬뜩한 생각도 든다. 그렇게 오늘 밤에는 유튜브를 보지 않고 잠에 들겠다는 지켜지지 않을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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