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먹하다'라는 뜻은 탕수육을 부어먹지 않고 찍어먹는다의 뜻만 가지고 있지 않다. '찍먹'이라는 개념은 어떤 일을 꾸준히 하지 않고 탕수육을 찍어 먹듯 단발성에 그치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거북이처럼 우직하게 레이스를 완주하는 이들이 아닌 적당히 레이스를 뛰다가 끝내 줄을 이탈해 버리는 이들을 말하기도 한다.
꾸준한 자들의 가지고 있는 요소가 ‘집념’, 약간의 ‘승부욕’과 강인한 ‘인내’ 라면 프로찍먹러들에게 ‘지나친 집념’은 금물이다. 집념이 강할수록 이것저것 해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집념이 강하면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여러 일을 찍먹하는 이들에게는 집념은 필수요건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요건이 될지도 모른다. 프로찍먹러들에게 지나친 집념은 독이 된다. 적당히 찍먹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집념이 강하면 스트레스가 가득찰테니 말이다
‘승부욕’ 대신 ‘질 수도 있다’라는 쿨한 마음과 배포도 필요하다. 실패를 맛보아도 '그래, 내가 질 수도 있지, 뭐.' '누군가는 나 대신 이겼겠네.' 하는 넓은 배포도 필요한 법이다. 찍먹러들에게 승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냥 해봤으니 된 것이다. 해보고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찍먹러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나의 그릇을 인정하고 타인의 그릇을 인정해 주는 찍먹러들의 태도가 때로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다.
찍먹러들에게는 ‘인내’ 대신 ‘부족한 끈기’가 필요하다. 인내가 너무 강인하면 찍먹러가 될 수 없다. 부족한 끈기야말로 찍먹러들에게 필수적인 요소다. 끈기가 부족하니 힘들 때 적당히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이렇게 포기해 버리니 바로 다음 종목으로 또 다른 찍먹을 해볼 수 있다. 찍먹러들은 나름대로 이런 과정을 통해 경험의 팔레트의 색을 채워나간다. 꼭 팔레트가 완벽한 색으로 가득 찰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적당히 이런저런 색깔을 모아 종류가 가득한 알록달록한 팔레트를 만드는 것이 찍먹러들의 세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찌질함’을 받아들일 ‘수용’의 자세도 필요하다. 찍먹러들에게는 자신의 찌질함을 마주하는 것은 일상이다. 매번 초보자의 단계까지 도전하기 때문에 매 순간 자신의 찌질함과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창피해하지 않는다. 초보자임을 받아들이고 나의 찌질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세는 찍먹러들이 다양한 분야를 찍먹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