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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다 Dec 11. 2020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애착의 대물림 #아이를 자유롭게 사랑하고 싶은 부모를 위한 빨간약

메인 사진 by Phil Hearing on Unsplash.



나는 불안정 집착형 애착의 엄마이다. 나의 유년은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한다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아픔과 남겨진 자식들의 공부는커녕 먹이기에도 힘겨웠던 어머니의 핏기 잃은 낯빛으로 기록되어있다.
특히 헌신적인 어머니와 사랑하는 자식인 내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사실은 나의 정신적 표상이 되어 나의 결혼생활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결혼 후, 십 년의 연애에서 한결같은 사랑을 보였던 남편의 예상치 못했던 부재로 나는 또다시 버림받음의 지옥에 빠뜨려진 듯했으며 나의 상처는 아물지도 못한 채 다시 시퍼런 칼날에 의해 도려내지는 듯했다. 나는 내가 무가치해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았고 남편의 부재는 그 무가치함을 또렷이 확인받는 잔인한 현실로 여겨졌다. 무력해서 버려진 나의 어머니처럼 나 또한 무가치해서 버려진 것만 같았고, 나의 무가치함으로 인해 내 아이가 아빠를 잃을 것만 같았다. 나는 나의 성장기를 난자했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외로움이 내 아이 삶의 언저리에 얼씬거릴까 봐 두려웠다.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과 해결할 수 없는 막막함은 엄마인 나의 성장과정에서 그토록 원했던 편안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따뜻함을 내 아이에게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중시켰다.

                                   

   <불안정 애착 엄마의 자녀양육과 안정화 경험에 대한 자문화기술지> 중. 김수안, 김명찬(2017) 저.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건가?

나와 아이 사이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왜 아이를 대할 때마다 이렇게 힘들까?

엄마인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부모로서 '이만하면 됐지 뭐(good enough)'하는 마음보다 위와 같은 생각이 더 많이 든다면.

자라는 동안 불안정했던 가정의 분위기, 부모와의 관계에서 상처 받은 경험이 짙은 부모라면.

그 경험으로부터 회복되지 않고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아이 양육이 어려운 이유가 단지 첫 아이라서, 그저 육아를 몰라서만이 아니라면.  

내가 가진 부정적이고, 뭐든지 어렵게 만드는 생각과 감정 패턴 때문이라면.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엄마, 아빠에게 부칩니다.


이번 글에서 다룰 내용

: 누군가의 자녀이자, 이제는 부모인 사람에게 보냅니다. 애착이 무엇인지 알고, 애착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 대상은 누구인지 알아봅니다.


다음 글에서 다룰 내용

: 애착이 대물림되는 방식을 살펴봅니다. 불안정한 애착의 대물림을 끊을 묘약을 처방해 드립니다.





애착육아



애착이 뭔가요?

 애착은 쉽게 말하면 양육자와 자녀가 갖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말합니다. 이 정서적인 유대감은 '날 돌봐주니 기분 좋네'라는 식의 단순한 설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엄마와 연결된다는 느낌, 양육자 곁에 달라붙어 있다는 연결감이 곧 살 수 있다는 생존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안전감이 없으면 아이는 곧 죽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양육자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는 안됩니다. 아이가 양육자의 존재가 있어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합니다. 애착을 획득하기 위해 아이는 필사적으로 자기를 돌보는 자에게 적응합니다. 양육자의 반응 패턴에 맞게 자신을 맞추는 것입니다. 양육자가 민감하게, 반응을 잘 맞춰주면 아이는 자기 몸과 마음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감정도 잘 조절하고, 타인 공감도 잘해서 대인관계 능력도 좋은 사람으로 자랍니다(안정애착). 그런데 양육자가 어떤 이유로든 그러한 반응을 줄 수 없으면 아이는 애착하기 위해 불안정한 성격 패턴을 발달시킵니다(불안정 애착). 불안정한 성격의 양육자의 보호 아래 살기 가장 적합한 방식을 택하는 것입니다. 자기 감정을 왜곡하고, 공감하지 않으며,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자신과 남을 행복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하면서까지 아이가 선택해야 했던 생존전략인 것입니다.


애착
= 아이가 양육자에게 쏘는 사랑의 화살.
= 살기 위한 처절한 생존 전략.
= 양육자가 잘 대하든 그렇지 않든 그에게 맞춤형으로 생존전략을 변화시킴.


  감정조절을 잘 못하고, 적절하게 감정을 표현해서 사람 간의 관계를 잘 이어나가는 데에 어렵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그것이 오랜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다져진 성격이자 습관 같이 느껴지시나요? 그리고 그 뿌리가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그렇다면.. 참으로 지금까지 애쓰셨어요. 스스로 어떻게 바꿔볼 요량도 없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스며든 감정과 생각의 습관들을 안고 고군분투하며 지내온 당신께 마음으로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어깨를 토닥여 드리고도 싶습니다. 감히 모든 무게를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지금 스스로를 괴롭히는 자신의 어떤 면들은 이전에는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전략이었을 것입니다. 그 전략 덕에 지금껏 버텨왔을 것입니다. 다만, 이제는 그 방법만으로는 살 수 없고 다른 방법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 방법은 배워서 익히면 됩니다.  




애착육아라는 이름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세요. 애착에 대한 오해.

육아서 속 애착육아는 90년대에 유행을 시작해서 2000년대에 활짝 꽃 피우고 2020년인 지금까지 빠지지 않는 주제입니다.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 딸들은 다시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엄마에게 받지 못했던 것은 아이에게 주고, 받지 않았으면 했던 것들은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과 자신의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소망이 합쳐져 특히 영아 엄마들 사이에서 애착육아는 하나의 기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애착육아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습니다. 애착육아가 무엇인지 내용과 방법을 알면 육아가 수월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부담이 커지고 죄책감이 자극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에도 복직 때문에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애착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수면교육이나 훈육 때 아이를 너무 많이 울렸다고 애착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은 아이와의 애착이 잘못 형성될까 봐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환경이 변하면 아이와 어른 모두 이전보다 어느 정도는 불편합니다. 다시 그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말입니다. 새로운 환경의 변화(예. 단유, 어린이집 등원, 수면교육 등) 그 자체가 애착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부모-자식 간에 불안정한 애착이 형성될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체적, 정서적, 성적인 학대. 부모 한쪽이나 양쪽 모두와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낸(자녀와 한 집에서 살지 않는) 경험. 부모가 자녀에게 마땅히 제공해야 하는 돌봄, 보살핌을 주지 않는 상황(예. 부모의 심리적 문제로 자녀의 물리적, 정서적 필요에 응답하지 않음).



그러므로 애착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대상에 내가 포함되는지 아는 법은 내가 자녀였을 때 부모에게 이 같은 경험을 받았는지, 그리고 부모로서 자녀에게 이런 경험을 주고 있는지 가늠해 보는 것입니다. 다른 여러 가지는 예, 아니오로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마땅히 제공해야 하는 돌봄, 보살핌을 주지 않는 상황'은 애매합니다. 그럴 때에 이 대답은 자녀에게서 받는 것이 정확합니다. 내 부모와 나와의 관계에서 애착이 잘 형성되었는지는 '내가' 평가하고, 나와 내 아이 사이의 관계에서 애착 평가는 '내 아이'가 합니다.




애착은 대물림됩니다.

안정적인 부모들의 아이들은 자라서 대체로 안정적인 사람이 되었고, 이들은 다시 부모가 되어 자식들을 안정되게 키운다고 합니다. 불안정한 부모가 양육할 때는 자녀 역시 불안정하게 자라구요. 무려 3세대에 걸쳐 이 안정성/불안정성이 대물림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할머니가 불안정하면 그 자녀(엄마), 그리고 자녀의 자녀(손녀)까지 불안정한 애착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고, 좌절감이 듭니다.

그러나 처방전이 있습니다.

대물림되는 애착을 멈출 묘약의 처방전입니다.



맨 처음 소개한 글 속의 엄마는 불안정한 애착이었지만 이를 극복하였습니다.

그녀는 처방전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상실’의 외상과 안전 기지가 되어주는 애착 관계 형성의 실패는 나를 불안정 집착형 애착의 엄마로 만들었다. 이러한 나의 애착 상태는 자녀의 양육 상황에서 혼란과 당혹에 매몰되게 하여 자녀 양육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게 하였다. 나는 자녀를 잘 키우는 엄마가 되고 싶었으나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였으며 자신의 상실의 고통에 휩쓸려 자녀가 보내는 수많은 신호들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나는 나의 불안정 애착이 내 아이를 망쳐 버릴까 봐 무서웠고 내 아이에게 그대로 전이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엄마의 불안정 애착 패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양육으로 이끄는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었다. 먼저,


      <불안정 애착 엄마의 자녀양육과 안정화 경험에 대한 자문화기술지> 중. 김수안, 김명찬(2017) 저.



...그녀가 소개한 묘약은 다음 글에서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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