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를 떠나 싱가포르에 도착하였다.
싱가포르는 다른 나라보다 호텔의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 호스텔로 숙소를 예약했는데,
그곳에서 혼자 여행 온 charlie를 만났다.
싱가포르를 구경하고 온 저녁 밤,
호스텔의 도미토리 방에는 유럽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중 내 또래의 한 여자가 한국인처럼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한국인이세요?"라고 한국어로 말을 걸었는데, 그녀는 홍콩인이었다.
머쓱하게 인사를 하고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그녀를 또 만났다.
함께 식사를 하며, 그녀에게 '오늘 뭐 할거냐'고 물어보았고,
그녀는 자신의 일정을 말하고, 나는 그녀의 일정에 함께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너그러이 좋다고 승낙해 주었고, 우린 함께 여행하기로 했다.
한 살 차이로 나이도 비슷하고 여행도 좋아하는 우린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함께 싱가포르를 구경했다.
그녀의 일정에 맞춰 유명한 관광지는 대부분 다 간 것 같았다.
계속 혼자 여행을 하며 많이 외로웠는데,
함께하니 참 좋았다.
어떤 장소가 음식이라면, 누구랑 하느냐는 음식의 양념 같다.
그냥 감자튀김을 먹었을 때 보다 케첩에 찍어 먹는 게 훨씬 더 맛있는데,
그녀와 함께한 싱가포르가 그랬다.
어딜 가나 예쁘지만, 함께 대화하면서 관광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그날 밤, 함께 가든 더베이의 레이저쇼와 마리나 베이 샌즈 레이저쇼를 함께 보았는데,
8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날 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녀는 레이저 쇼가 끝나고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서,
이미 혼자 봤지만 함께 보기 위해 또 왔다고 말해주었고, 나는 함께 보아서 더 즐거웠다고 대답했다.
다음 날 어제 무리한 탓인지, 몸살이 났다.
나의 원래 일정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는 거였는데,
그녀는 이미 다녀왔대서 오늘은 각자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오전 내내 몸이 좋지 않아 호스텔에서 쉬다가, 이대로 하루를 보내기는 아쉬워서,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향했다.
가는 길에 푸드코트에 위치한 유명한 맛집에 들러 밥을 먹는데,
같이 자리를 앉은 일본인들이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음식이 아닌 다른 음식으로 잘 못 시켰다고 대화하는 게 귀에 들렸다.
오지랖 넓은 나는, '내가 그 음식을 주문했는데 이것저것 음식을 많이 시켰는데 혼자 먹기에는 많아서
함께 나눠먹지 않겠어요?' 라고 권유했고 그들과 함께 먹은 뒤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놀이기구도 많이 타고, 퍼레이드도 본 뒤
유명하다는 칠리크랩을 먹고 싱가포르의 야경을 즐기며 호스텔로 걸어 돌아왔다.
내일이면 홍콩으로 떠나는 그녀에게
포스트잇에,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와 친구가 되고 함께해서 너무 즐거웠어.
나는 싱가포르를 떠올리면 네가 생각날 것 같아. 앞으로도 연락하자. 행운을 빌게'라고
짧게 메모를 적은 뒤 그녀의 여행 가이드북에 붙여놓았고,
그녀는 호스텔에 돌아오자마자 그녀가 잘 쓰던 미니 삼각대와, 초콜릿을 선물로 주었다.
오늘 비가 온다고, 우비까지 아침에 챙겨주던 친구였는데,
나는 선물하나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또 고맙기도 했다.
짧은 만남이지만, 그녀 덕분에 싱가포르가 참 즐거웠다.
다음 날, 우린 함께 점심을 먹고,
비록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여행하면서 만난 첫 번째 친구이자, 정든 그녀와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함께 공항까지 배웅을 갔다.
나는 그녀에게 키티 모양의 초콜릿을 선물해 주었고,
그녀는 나에게 두리안으로 만든 디저트를 선물해 주었다.
함께 두리안 케이크를 먹고 그녀는 수속을 하고 홍콩으로 돌아갔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 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