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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Feb 26. 2024

하루여행 2

뚜벅이 여행자의 하루

 여수에 가면 게장이나 서대회무침을 먹어야 한단다. 게장 좋지. 나도 먹고 싶다 정말로.

 재작년부턴가 간장게장을 먹고 나면 두드러기가 났다. 초밥에 간장게장 살을 토핑처럼 올려먹기도 하던 내가 게장 알레르기가 생길 줄이야. 갱년기. 다시 태어나는 게 갱년기라더니 하필 게장 알레르기가 있는 몸으로 태어나고 말았네.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 너무나 많이 그리워한 죄~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지 않은 날은 괜찮은 걸 보니 내장에 알레르기가 생긴 것도 같다. 두드러기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달콤 짭짤 비릿한 간장게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한소리 했다.

 "세상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꼭 간장게장을 먹어야겠냐!"

 먹어야겠다. 좋아하니까, 먹고 싶으니까. 게딱지에 밥 안 비벼 먹으면 될 거 아니야!

 알레르기약을 챙겨가긴 했지만 혹시나 두드러기 때문에 여행을 망칠까 봐 차마 게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삶을 사는 나 때문에 친구도 게장 먹는 건 어렵게 됐다.


 여수에 발 딛기 무섭게 홀린 듯 바다를 보았지만 배 고픈 건 참을 수 없었다. 여수에서의 첫 끼로 서대회무침을 먹을까 했지만, 돌아가는 기차 시간까지는 8시간도 채 남지 않았고 최소의 동선으로 움직여야 했다. 마침 가까운 곳에 괜찮은 김밥집이 있었다. 감태김밥이라니 줄을 서서라도 먹어봐야지. 뜨끈한 꽃게라면까지 먹고 나니 뚜벅이 여행자의 본분을 지켜 열심히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랜드의 코끼리열차처럼 오동도로 들어가는 동백열차가 있었지만 걷기로 했. 이렇게 하늘과 바다가 예쁜 날에는 걷는 게 맞다. 육지와 연결된 800여 미터의 방파제를 따라 오동도에 들어갔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책길 계단에 한 외국인이 앉아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우리를 보더니 혼자 여행 왔는데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러시아나 북유럽 쪽 사람 같은데 어떻게 여기까지 혼자 왔을까, 무탈하게 여행을 즐기길 바라는 엄마 마음을 담아서 이쪽저쪽 손짓해 가며 열심히 찍어주었다.

                                                                                                                                                                           



 3000여 그루의 울창한 동백숲을 걷다 보니 땀이 났다. 구름을 벗어난 햇살은 나무의 몸을 위에 새기고, 훈훈한 바람은 겨울을 지나온 녹색잎을 살랑이게 다. 봄을 부르고 있었다.

 활짝 필 때를 기다리는 붉은 꽃, 그 그늘 아래 옹기종기 앉은 하트 모양 머위, 초록물 든 파란 바다,  누비 산비둘기 가족, 손을 잡은 중년의 부부, 소나무가 지키는 하얀 등대, 연인을 맞이하는 시누대길. 

 작은 섬을 밟고 선 모든 것들이, 작은 섬을 찾아온 모든 것들이 이른 봄기운에 설레고 있었다. 2월의 여수그랬다. 힐링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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