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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Jan 13. 2022

믹스커피를 타다가

주저리주저리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참 오랜만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을 멀리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을 때는 관심이 식을 것이 우려되어 글을 써도 공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다음 이유는 이렇습니다.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공모전들에 참여하려 보여주기 식의 글을 쓰고 있는 제 모습이 실망스럽더군요. 그때부터는 영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물론, 제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a.k.a 자낳괴)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행위, 창작행위인 글쓰기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 글을 다시 읽고 싶지 않더군요. 그만큼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이후에는 뭐, 안 쓰다 보니까 영 떠오르는 것도 없고 여러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도 모르겠더군요. 


오늘은 일을 쉬는 날이고, 밖에 나가 커피를 사 오는 것이 귀찮아서 집에 있는 믹스커피로 마실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믹스커피 2봉을 꺼내어 작은 그릇에 넣고 뜨거운 물을 20~30ml 정도 넣고 저었습니다. 빨대를 쓸 수 있는 리유저블 컵에 얼음 3개 정도를 넣고 우유를 절반 정도 부었습니다. 그 위로 저어놓은 믹스커피를 부었습니다. 별 거 없는 커피가 참 맛있더군요. 


보이기에도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는 다르게 남루합니다.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흔히 카페에서 내려주는 에스프레소 샷은요.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아서 커피 포터에 15~18g 정도를 담습니다. 최대한 평평하게 담아준 후 템핑을 하는데요. 더 평평하게 만들어줌은 물론이고 압축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압축한 상태 그대로 반대로 뒤집었을 때조차 떨어지지 않아야 제대로 템핑을 한 것이 됩니다. 그 상태로 에스프레소 머신에 끼웁니다. 그리고 버튼을 눌러 에스프레소 샷을 내립니다. 


에스프레소 샷 머신은 어떻게 커피를 내리는 걸까요? 


머신 안에는 뜨거운 물이 나옵니다. 뜨거운 물을 25~30초 정도 흘려보냅니다.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양을요. 샷 글라스에는 25~30ml 정도의 에스프레소 샷이 담기게 됩니다. 이 양은 2샷에 해당합니다. 이 에스프레소 샷을 물에 넣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요. 우유에 넣으면 카페라떼가 됩니다. 


제가 믹스커피로 만든 카페라떼를 싫어했던 이유는 물을 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유에 물을 넣다니?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그런데 오늘 믹스커피를 타서 넣는 행위 자체를 생각해보니까 에스프레소 샷과 별다른 바가 없더군요. 믹스커피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어릴 때부터 타왔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적어도 10년은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 10년 동안 가지고 있었던 오해를 오늘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 얘기를 어쩐지 브런치에 쓰고 싶더군요. 참 이상하지요? 앞으로는 왠지 믹스커피를 자주 마실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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