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드디어 다낭신 전문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요로 결석 때문에 찍었던 CT 영상을 제출하고 혈액 검사를 했다. 6년 전 영상과 지금의 영상을 비교해서 신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측정할 수 있었다.
6년 전과 지금은 내가 어설프게 비교해봐도 꽤 차이가 있다.
1. 6년 전에는 식사량이 이렇게 적지 않았다. 이전에는 맛있게 먹고 포만감을 만끽하는 데 큰 즐거움을 느꼈던 편이라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좀 많이 먹으면 배가 아팠고(더부룩한 게 아니라 아프다) 야식을 먹으면 복통으로 잠들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밥먹는 양을 많이 줄였고 천천히 먹는다. 1/2인분 정도 먹고 식사 시간은 적어도 30분은 걸린다.
2. 피곤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체력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는데 좀 몸이 처진다, 처진다 싶을 때 빨리 누워서 쉬어야지 그러지 않으면 사람이 무너지는 것처럼, 깔린 성벽에 몸이 눌린 것처럼 고통스러워진다.
3.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집중해서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면 배가 벙벙해지면서 묵직해진다. 이런 연유로 45분 동안 일을 하면 15분은 꼭 누워있는다. 지금은 실직 상태라 집에서 이 규칙을 꼭 지키면서 지내는데 취직 후에도 이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이런 것들이 6년간의 노화에서 온 것인지 다낭신 때문에 온 것인지 정확하게 구분지을 수는 없지만 나는 다낭신 쪽으로 좀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신장이 커졌을 거라고 나는 짐작했다.
병원 예약 시간이 11시라 집에서 9시에 출발해서 1시간 40분이 걸려 병원에 도착했다.(지하철을 탔다가 시내버스로 환승하였다) 시간이 꽤 걸렸지만 6년 전과 달리 시외버스의 덜컹거리는 진동을 느끼지 않고 올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신장 내과로 들어섰는데, 대기 환자 수가 어마어마했다. 10시 40분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니 내 앞의 대기 환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대기번호 7번까지 대기판에 정렬하여 보여주고 있었는데 내 이름은 거기에 끼어있지도 않았다. 몇 명이나 대기환자가 있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30명 있다고 할까봐 걱정되서 물어보지 않았다. 다행히 그 정도 있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12명 정도 있었던 것 같다.
11시 예약이었으나 12시 20분에 의사를 볼 수 있었다. 의사는 내 신장이 6년 사이에 1.5배가 커졌다며 빠른 속도로 커진다고 했다. 이러면 다낭신 신약인 ‘삼스카’를 복용하는 게 좋은데,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문제는 ‘삼스카’는 신장 기능이 지금보다는 나빠야 보험 적용이 가능한 것이었다. -내 눈치에 의사는 내 신장이 커지는 속도 때문에 비보험이라도 ‘삼스카’를 쓰고 싶은 듯했으나- 나는 비보험으로 신약을 복용하기에는 실직자인데다 이사를 하면서 재정 출혈이 커서 부담스러웠다. 의사도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
다행히 신장 기능은 정상이니 물은 지금처럼 마시라고 했다. 내가 하루 3리터를 마신다고 하니(나는 키 150cm, 몸무게 50kg다) 그 정도까지는 안 마셔도 된다고 했다. 음수 강박을 조금 줄여도 될 것 같다.
아직은 병원에서 해줄 게 없다고, 우선 6개월 후에 다시 혈액 검사를 해보고 상태를 보면서 치료가 필요할 때 바로 하자고 했다. 대신 혈압계를 집에 구비해 놓고 혈압이 높아지면 바로 내원하라고 했다.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CT 영상을 본 의사는 간낭종이 커지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제 어머니는 간낭종이 커서 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어떻게 저는 간낭종이 안 커질 거라고 알 수 있나요?”
“간낭종이 문제가 되는 케이스는 지금 환자분 나이(나는 만 37세다)일 때 벌써 간낭종이 여러 개 있어요. 환자분은 간낭종이 있긴 하지만 드문드문 있으니 간보다는 신장이 문제가 됩니다.”
한숨 돌렸다. 나는 엄마가 고생하는 걸 본 지라 간낭종이 무서웠다. 아주 안이한 생각이지만 신장이야 정 급하면 떼버리면 되니까라고 생각했다. 의사는 몸 관리 잘하고 6개월 후에 만나자고 했다.
집에 와서 남편이 병원에서는 뭐라 하느냐고 물었다.
“물 많이 마시고, 무리하지 말고, 과로하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푹 쉬래요.”
라고 의사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 나는 지금 실직자라서 남편이 주지도 않은 눈치를 혼자 보는 편이다. 내가 다낭신임을 앞세워서 가정의 재정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짐을 조금 가볍게 하고 싶었다. 착한 남편은 전혀 의심하지 않고 내 말을 잘 들어주었다.
이런 병명이 하나 있으면 좋을 때도 있다. 인생을 사는 한가지 팁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