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희 Jan 02. 2023

접시가 무슨 죄인가

 조금만 달라고 해도 시어머니는 한사코 그릇에 떡국을 더 담으려고 했다. 이미 내가 먹을 만한 양보다 많았다. 그릇을 뺏듯이 잡아당겼다. 시어머니는 왜 그것 밖에 안 먹느냐고 서운해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도대체 어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지 의아했다. 


 떡국을 먹고, 나보고 아침 예배 갔다가 교회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예배까지 있으라는 얘기를 했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닌데, 교회를 다닌지 7년이 넘었다. 다니기 싫었지만 남편이 다녀달라고 해서 다닌다. 일주일에 한 번, 참고 다니는데 시어머니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교회에서 지내기를 원한다. 

 "피곤할 것 같아서요."

 "그거 밖에 안 먹으니까 피곤하지."

 "어머니, 제가 몸이 안 좋아서 많이 안 먹는 거예요. 건강 생각해서 소식하는 거예요."

 "소화가 안 되는 거야? 소화 잘 되는 약이라도 먹어야 되는 거 아니야?"

 "소화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요."

 나는 다낭신에 관해서 설명했다. 신장에 물혹이 자라서 신장이 점점 커져 과식을 하면 뱃속에 공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프다고, 배가 부르거나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아프다고. 그래서 많이 안 먹고, 못 먹는다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교회 스트레스도 줄일 겸 해서 의사샘이 피곤하게 하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물 많이 마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어머니는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서 '친정에서 더러운 병을 들고 왔다'는, 아빠가 엄마에게 했다는, 그 말이 떠올랐다. 당사자 앞에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뒤에서야, 너희들끼리야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얘기를 하든 상관이 없지만 아픈 사람 앞에서 그 병에 관해 얘기하는데 그런 표정을 짓는 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이 내게 화를 냈다. 시어머니에게 왜 그런 얘기를 했냐며. 그렇지 않아도 걱정 많은 엄마한테 왜 그런 소리를 하냐고. 그렇지 않아도 아들 불쌍하게 산다고 불안해 하는데 왜 그런 소리를 하냐고. 내가 아픈 걸 내가 왜 숨겨야 하는지 이해가지 않았다. 남편이 화가 난 이유가 내가 말을 해서 인지, 내가 병을 앓아서 인지도 알 수 없었다.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다. 나는 남편에게 이에 관련해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오히려 남은 앙금따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서 화를 삭히다가 도저히 삭힐 수가 없어서 접시를 깨볼까하고 안 쓰는 접시를 찾아봤다. 다낭신을 앓다가 돌아가신 엄마 집에서 들고 온 하얀 접시뿐이었다. 그거라도 깰까 하다가 접시가 무슨 죄인가 싶어서 말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6년 만에 대학병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