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잠언시
막걸리
한국 사람들은
엄마젖처럼 들큰하고
희뿌연 빛깔의 막걸리도
참 좋아하지요
비가 출출하게 오는 날이나
산에 올라갔다 내려왔을 때나
땀 흘려 힘든 일을 마쳤을 때면
유혹을 참기가 어렵지요
막 걸러낸 막걸리처럼
꾸미지 않고 수수하게
적당히 순하고 부드럽게
조금은 거칠고 텁텁하게
세상사에 너무 많이
걸려 넘어지지도 말고
운명에도 너무 심하게
흔들려 아파하지도 말고
슬슬 취했다 깼다 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감싸주며
헐렁하게 어우러지는 맛을
다들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우리 코알라들도
늘 낮잠과 유칼립투스에 취해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지만
막걸리는 한번 맛보고 싶네요.
(외모로 보면 코알라와 막걸리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