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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근 Jun 23. 2022

여름에 해본 적 없는 것들

대략 2001~2002년부터 강변이 코앞인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 좋은 아파트를 두고도 강변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살아왔다. 뽈뽈 거리며 밖으로 나다니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어서 그랬던 것이 크게 한몫했었다. 여유롭게 앉아 맥주 한 잔을 즐긴다든가, 달리기를 하며 땀을 뺀다든가, 딱히 어렸을 때의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것들이었다.


어쩌다 보니 데이팅 어플로 동네 게이 친구를 사귀게 됐다. 그렇게 염원하던 동게(동네 게이) 친구를 만나게 되어 퇴근 후 맥주(나는 순하리 7도, 그 친구는 칼스버그)를 한 캔 씩 사서 강이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여름의 낮은 정말 길었다. 7시가 넘어갔는데도 해는 떠있었고 가로등은 켜져 있지 않았다. 강변을 달리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아파트 단지보다 두 단계(?) 정도 내려왔을 뿐인데도 축축한 강바람이 느껴졌다.


난 감각이 둔한 편이어서 이런 순간들을 기억하려면 집중력이 많이 필요해.”


그래?”


응.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잘 안 하고 살았나봐. 작년에 여름 밤에 처음으로 강변 달리기를 해봤는데 진짜 좋더라고. 시원한 강바람에 땀이 살짝살짝 식혀나가는데 기분이 꽤 좋더라. 체중 덕분에 무릎은 아작났지만.”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면서 강물에 빛이 일렁였다. 그 빛을 눈에 담아 보았다. 바람에 흘러 들어오는 물비린내를 코에 담아 보았다. 순하리의 맹맹한 레몬맛을 혀에 담아 보았다. 하지가 지난 여름밤의 뜨거운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내보며, 여름에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았다. 어쩌면 매일의 여름이 늘 그래왔던 건 아닐까. 단지 내가 여름을 감각하지 못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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