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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담 Oct 08. 2024

내 인생에도 일시정지 버튼이 있었으면…

요즘은 스마트 기기 없이 달리는 사람은 아마 없을것이다.

달리기에 특화된 가민이나 순토같은 워치를 쓰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두루두루 쓰임새가 좋은 애플이나 갤럭시 워치도 있고, 아니면 하다못해 스마트폰이라도 꼭 지참하고 뛴다.

앱에 차곡차곡 쌓이는 나의 달리기 기록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곤 하니까.



워치나 앱을 쓰는 방식도 제각각인데

각종 숨겨진 고도의 기능들을 다 찾아내서 쓰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그냥 출발할때 켜고 끝낼때 끄는게 전부인 사람도 있다.



인터벌을 할 때 리커버리 타임때는 시계를 일시정지 시키는 사람도 있고 (총 페이스가 낮아지는게 싫어서)

휴식도 달리기의 일부라며 일시정지 하지 않는 유저도 있다.



마찬가지로 도로에서 뛸 때 신호등을 만나면 누군가는 시계를 일시정지 시키고, 누군가는 그냥 둔다.

장거리 훈련때는 중간에 멈춰서서 물을 사서 마시는 등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때도 시계를 멈추는 사람, 그냥 두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대회를 가면,

특히나 특정한 시간 내에 피니쉬 하겠다는 목표가 있는 대회라면

아무리 중간에 멈춰서 물을 마셨건, 쥐가 나서 메디컬 스태프에게 실려나갔건 간에 시계를 멈춰서는 안되는게 당연하다. 내 시계를 멈췄다고 주최측 시계도 멈추는건 아니니까. 내가 얼마나 목이 말랐건, 얼마나 심하게 다쳤건 간에 칩타임 시계는 계속해서 돌아간다…




그런데 사람 사는게 조금 이거랑 비슷하달까…

내 인생에 정말 정말 간절하게 일시정지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정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몸이 너무 아프다거나,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는 20대 혹은 30대에 투병을 하느라 수년간 병상에 누워있었다거나,


내 개인적으로는 애낳을때.

아 정말 딱 10분만 쉬고 하면 기가막히게 힘을 주고 쑥 낳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진통은 1분 간격으로 막 온다.

그땐 자발적으로 입에서 영어가 막 나왔다. 백인 의사를 향해 잠깐만 멈춰보라고 소리를 질렀더랬다.



정말 많이도 아니고 딱 10분만이라도

인생에서 일시정지가 필요한 순간이 있단 말이다.

그럴때 정말 간절하다.

가민워치의 오른쪽 위 버튼.

start/stop




하지만 잔인하게도(?) 인생은 대회처럼 칩타임이라서

한번 출발선을 넘으면 피니쉬라인을 밟을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는 시계다.



그래서 달리기가 엄청나게 힘들땐

일시정지 한번 누르고,

무릎에 손 얹고 숨 깊히 쉬면서 생각한다.



업힐 오르기, 템포 런, 말도안되게 긴 장거리, 입에서 피맛 나는 인터벌…

제 아무리 힘들어도

일시정지 할 수 있다는것.

참 고맙구나…

라고.



그리고 다시 스타트 누르고 출발하면 그만인것이다.

더 힘차게 땅을 차고, 더 높게 무릎을 들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뛰면 되는 것이다.



정말 우리 인생에도 일시정지버튼이

간절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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