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졌다.
한낮 기온은 니트 스웨터에 청바지가 딱 맞는 계절이지만 나에게 중요한건 아침 최저기온이다. 나는 아침에 뛰는 러너이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 싱글렛을 그래도 어찌어찌 입었는데 이제는 긴팔을 입고도 춥다.
해도 늦게 뜬다.
한여름 오전 6시 전에 뛰러나가도 훤했던 시절이 불과 두달전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날씨가 추워지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일어날 시간에 해가 뜨지 않아 깜깜하니 더 힘들다.
살찌는 음식이 당기고 속이 더부룩해서 뛰기가 또 힘들다.
기온이 낮으니 관절이 뻣뻣하고 뭔가 소리도 좀 나는 것 같다.
찬공기를 마시니 천식이 도진다.
페이스를 조금만 올려도 가슴 위에 바윗돌을 올려놓은 듯 무겁다.
오늘 달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이렇게나 많다.
더 많이 들으라면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오늘 달려야 할 이유는
없다.
오늘 달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지만
오늘도 달리는 이유는,
없다.
그냥 일어났으니까 물 마시고
달리는 것 뿐.
이유도 의미도 없다.
그냥.
살면서 우리가 하는 일 중에
이유가 있는 것들은 그 이유가 없어지는순간 지속되지 못한다.
나에겐 달리는 이유가 없다.
그래서 달리기를 멈출 이유도 없다.
그래서 오늘도 저 많은 “달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제치고
달리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