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동생은 수학, 영어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에게 줄넘기 과외를 붙였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동생은 나보다 일찍 결혼해 꼬달이보다 한 살 많은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는 작은 체격에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체육활동에 줄넘기가 필수인 모양이다. 수업시간에 줄넘기를 다 같이 하게 되었는데 잘하는 친구도 있고 조카처럼 줄 한번 넘기도 어려운 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그중 운동신경이 좋은 아이인지 아니면 일찍 줄넘기를 연습하고 학교에 입학했는지 꽤나 줄넘기를 잘하는 아이가 조카를 보고 놀릴 것이다.
줄을 잘 넘지 못하는 조카의 엉성한 자세를 따라 해 가며 조카를 놀렸고 속상해하는 조카를 보며 내 동생도 마음이 상해 버렸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아직은 학원 뺑뺑이는 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내 동생은 당장 줄넘기 과외 선생을 구해 조카에게 줄넘기 맹연습을 시켰다. 그 덕에 조카는 줄넘기를 꽤나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고 한다.
줄넘기 조금 못한다고 놀리는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만 속상해할 내 아이를 생각하면서 줄넘기 과외를 시킨 동생의 마음이 절절히 공감하게 된다.
그깟 줄넘기 열심히 연습해서 잘하게 되면 이 논쟁은 의미가 없어진다. 아이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줄넘기를 열심히 시키는 게 동생이 찾은 답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야, 무슨 줄넘기를 과외를 시키냐” 하고 웃어넘길 수 없었다.
보통의 운동신경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면 당연히 연습을 통해 줄넘기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항상 예외가 있다.
줄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운동 같지만 줄넘기는 쉬운 운동은 아니다. 난 그걸 우리 꼬달이를 보며 깨달았다.
요즘 꼬달이는 아이들이 하는 걸 보면 다 따라 하고 싶어 안달이다. 놀이터에 가면 줄넘기하는 아이들을 보고 따라 하고 싶어 하길래 줄넘기 줄을 사주었다.
꼬달이는 줄을 넘는 건 고사하고 제자리 뛰기도 줄을 돌리는 팔동작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일단 뛰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 남편과 내가 양쪽으로 줄을 잡고 단체 줄넘기를 하듯 줄을 돌려 보지만 줄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눈치였다. 속으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건 또 어떻게 가르쳐야 되나?’
발달센터 선생에게 코치를 받으니 줄넘기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박자에 맞혀 뛰기가 가능해야 한다고 한다. 엇박자도 아닌 엉망진창 박자로 제자리 뛰기를 하는 꼬달이의 줄넘기 도전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내 목표는 꼬달이가 줄넘기를 반에서 1등으로 잘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100번 넘을 때 한 번이라도 넘을 수 있는 신체 움직임을 갖게 해주고 싶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그 한 번이 열 번이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꼬달아, 오늘도 엄마 손잡고 두발 모아 제자리 뛰기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