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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Aug 30. 2023

《칼 융, 차라투스트라를 분석하다》2

독서 기록

어제 읽은 부분에 대해 독서 메모를 한다.

이번 파트는 내용이 어려웠다. 역시, 융.... 융의 심리학이 쉽지 않다. 그의 용어와 자신의 이론을 풀어나가는 그만의 사고 체계를 따라가는 것이 숨이 차다. 길도 자주 헤매게 된다. 이 말인가? 저 말인가? 이 말은 뭐지? 이러면서 말이다.


어려웠기 때문에, 그냥 떠오르는 대로 융이 다룬 핵심 단어들을 먼저 꼽아 보겠다. 장황하게 쓰다 보면 맥락을 놓쳐서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헷갈릴 것 같아서 말이다. 날 위해 단순화가 필요하다.


자 순서대로 나열해 보자.


*

초인

신은 죽었다

줄타기 곡예사

노인

부활 의식

괴테 파우스트


**

자아팽창

힌두교 신 시바

자기(self)

창조

창조적 과정

식물

유령

잡종

대지

육체

정신

개성화

육체를 의식하지 않는 28세 여자 환자 사례

진리

진화의 단계


***

때가 되었다

중대한 전환점

새로운 계시

카오스

춤추는 별

독일 동화 : 황금 볼, 개구리, 공주

마지막 인간

줄타기 곡예사

그림자

화려한 의상의 어릿광대

페르소나

프리드리히 실러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프레드 아들러


하하하

이 정도이다. 푸하하하하


내가 이걸 어쩐다...

니체의 머릿속만으로도 괴로워 죽겠는데, 이제 융의 머릿속에서도 허우적대는 느낌이다. 내가 말이다.


힘들다면서도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는지 원...

이 내용들 나열은 했는데, 그거 다 쓰자면 또 진도가 안 나갈 듯하다.


찝찝하다고 책 본문을 싹싹 훑어 읽으며 다시 읽자니,

시간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진다. 에잇.


일단, 기억나는 것 위주로 쓰겠다. 영 찝찝할 때, 그때 책 내용 다시 살피고 넘어가련다.


이 많은 내용, 이 많은 어려운 인물들, 심리학 용어, 융의 어려운 설명이 나온 글을

한 번 딱 읽고 바로 '아하!'하기는 힘들다.

일단 여기에 정리해 놓고 다음에 다시 읽어 봐야지.


자, 중간 쉼의 시간이었고, 이제 내 머릿속 기억으로 정리해 본다.  




초인은 자신을 뛰어넘어 무엇인가를 창조하려는 영웅적 노력으로, 실제 뭔가를 창조해 낼 수 있는 존재라고 니체는 정의하고 있다고 융은 말한다.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는 사람에겐 자기 팽창이 일어나는데 이게 굉장히 무서운 일이라고 융은 밝힌다.

왜냐하면,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대해 그 인간이 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이 세상의 온갖 것을 신 없이, 자신에게서 연유해서 일어난 일로 인식하고 책임지려니 안 좋다는 얘기를 한다.


이게 어떻게 안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이 부분을 읽고는 내가 예전에 읽은 융의 《심리학과 종교》(1937)라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얘기해 보자면 이렇다.


융은 1900년대 자신이 살던 시기에, 개신교가 대세가 되어 가톨릭 고해성사를 안 하게 되며 인간이 병을 앓게 된 것이라고 했다. 1차 세계대전은 바로 그런 근대의 합리주의자들이 자신들 내면의 무의식 같은 것을 해소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의 광기가 미쳐 날뛰며 나오게 된 결과라고 얘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자기 안의 부정적 그림자를 다른 민족, 다른 나라에 투사하고 그들을 비난함으로써 벌어진 참극이라고 융은 보고 있다고 그 시절의 나는 이해했었다.  


신에게 쏟아부을 수 있어 정신병, 억압 이런 걸 해결할 수 있었는데, 그 중요 기제를 인간 스스로 없애며 현대인은 다 억압, 분노, 병을 앓게 됐다는 얘기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알고 안아 주어야 하는데, 종교적 체험이 이런 역할을 해서 치료적 기능을 한다는 얘기를 융은 했었다. 그래서, 심리학과 종교가 굉장히 연관이 깊다고 융은 말하고 있었다.


예전에 《심리학과 종교》(1937)를 읽으며 위 내용이 굉장히 인상 깊었었는데, 《칼 융, 차라투스트라를 분석하다》이 부분을 읽으며 그 배경지식이 떠오른 건 분명 연관이 있어서일 것이다. 융의 생각은 같을 테니까 말이다. 참고로, 지금 내가 읽은 《칼 융, 차라투스트라를 분석하다》의 이 부분은 융이 1934년 니체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부분 부분 나누어 세미나를 한 뒤 쓴 글이다.


그러니, 《심리학과 종교》에서 융이 말한 내용을 토대로 이 부분을 보면, 니체의 말대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없앤다는 것은 인간에게 큰 정신적 부담을 주는 일이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융의 의견은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가서, 융의 생각을 요약해 보겠다.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이는 자기 팽창이 일어나고, 인간 자신이 신인 것처럼 행동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며, 스스로 구세주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줄타기 곡예사는 춤꾼이고, 창조와 파괴를 하는 이다. 그는 위험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고, 자아 팽창이 일어나 영웅적 태도를 취하기도 하나 자기 파괴적이기도 하다. 니체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존재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으며 차라투스트라는 인간과 신의 결합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해한 니체에 대한 융의 생각이다.

이거 큰일이다.... 이것 하나 썼는데, 내용이 이렇게나 길어지다니... 어쩐다...


에잇

그냥, 이하 본문 내용 생략하고

내 생각만 간단히 쓰련다. 나중에 다시 추가로 쓰더라도.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는 보통 '말종 인간'으로 나오며 차라투스트라에게 엄청 깨지는 그 '말종 인간'이라는 존재를, 융은 이 책에서 옹호하는 느낌이다. '말종 인간'이 이 책 번역으로는 '마지막 인간'인데, 융의 목소리는 이 '마지막 인간'의 특징이 뭐가 그리 잘못됐냐는 것이다. 아주 일상적이고 오히려 이들이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이라는 입장이다.  


나는 이 부분이 재미있었다. 니체는 철학자답게 상징적으로 말종 인간의 모습을 꼬집은 건데, 융은 정신의학 심리학자라 너무 심리적 측면으로 접근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니체가 빗대고 꼬집은 말종 인간의 모습이 현대인에게 큰 울림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꼭 심리적 차원에서 '그들이 뭐가 잘못됐냐' 이게 아니라 말이다. 심리적 차원에서는 그들이 지극히 일상적이지. 하지만, 니체는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데... 철학자는 삶에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존재이고, 니체는 그 일을 하느라 도끼를 들고 기존 인식을 깨부수느라 보통 사람들을 막 욕하고 있는 건데....


니체도 좋아하고 융도 좋아하는 내가, 이 부분에서는 니체 편이 되어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융의 식견을 참 멋졌다.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니체를 멀리서 바라보며

"워, 워, 워, 네가 말한 그거, 사람들 심리의 어두운 면이 나와 그런 거야. 워워워 네가 말하는 대로 하면, 인류는 정신병 걸려."

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느낌이다.


융이 한 말 중에 내 마음에 쿵 하고 와닿는 말 2개를 적어본다.


1. 하나의 진리는 절대로 일반적인 진리가 아니다. (64쪽)


2. 쇼펜하우어 다음에 상반된 것들을 다룬 인물이 바로 니체였다.... 문명의 뒤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그러기에 니체야말로 진정으로 현대 심리학자라 할 수 있다. 우리 시대라면, 그는 아마 유명한 분석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가 어두운 배경과 은밀한 동기를 보는 안목이 아주 탁월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니체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알프레드 아들러의 이론 중 많은 것을 예상했다. (86-87쪽)


세상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둘을 다 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만이 옳고 그것만이 진리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이지. 여기서는 진리가 저기서는 독일 수 있다는 융의 얘기가 굉장히 멋지게 와닿는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니체의 저돌적이고 쏠린 모습을 보며, 융은 이 생각을 한 것이다.

"니체여, 그대는 한 곳으로 쏠린 진리를 주장하고 있소. 당신이 부정하는 다른 면도 바로 진리라오."

이런 것 아닐까?


니체와 쇼펜하우어는 많이 연관된다. 아직 쇼펜하우어의 저서 원전을 내가 읽어 보지는 않아서 100프로 확신은 안 드나, 다른 책을 통해 본 쇼펜하우어는 어둡고 칙칙한 회의론자 느낌이다. 우울함을 달고 산 사람이지만, 행복론을 아주 와닿게 쓴 사람. 이게 내 배경지식 속 쇼펜하우어인데, 이 쇼펜하우어가 굉장히 세상을 회의론적으로 봤나 보다. 여기저기 다른 책에서도 그렇게 나왔는데, 융이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에 대해 아주 웃긴 표현을 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보다 영웅적인 시도를 보였으나, 그는 세상 전체를 무효화시켜 버린다. 쇼펜하우어는 사람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존재를 부정해 버린다. 그건 마치 두통 때문에 머리를 잘라 버리는 것과 비슷하다."(87쪽)


두통, 머리 자르기... 융의 이 비유, 아주 딱 이해된다. 웃긴 융.


니체의 섬세함과 심리학적 센스!

니체가 프로이트보다 먼저 태어났다. 그의 저서를 통해 프로이트에게 무의식 세계에 대한 어떤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난 추측했었다. 프로이트와 아들러 이론의 많은 내용을 니체가 먼저 얘기했었다는 융의 이 말.


우와.. 얼마나 멋진가. 이 책을 안 읽었으면 그저 내 짐작뿐이었거나 다른 누군가 책에 쓴 내용을 보고 그런가 보다 했었을 텐데... 내가 융이 한 이 말을 직접 읽을 수 있어서 무지 기쁘다.


융이 그렇게 말했는데, 어느 누가 그게 아니라고 할까?

누구보다 프로이트에 대해 잘 아는 융, 정신분석학회에 소속되어 있다가 융처럼 탈퇴한 아들러


이 둘의 이론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융이, 니체에게서 이미 그 사상의 원조격 느낌을 볼 수 있었다는 진술을 했으니.


니체는 프로이트 전, 무의식의 세계를 이해한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었다. 단지 무의식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않았을 뿐이지.

니체는 사람들 심리의 이면, 아주 깊은 진짜 속마음을 그 사람 자신보다 잘 아는 것 같다는 느낌을 니체 책을 읽으며 가졌었는데...


니체를 융이 인정하고 있다. 니체는 진정한 현대 심리학자라고 말이다.

멋지다.


다 쓰려면 질릴까봐 오늘 이 파트는 쓰다 말고, 내 생각으로 후루룩 마무리했다.

이것도 현명한 거다. 안 쓰는 것보다 나아. 쓰다 마는 것보다 나아.

계속 나아갈 수 있으니 이게 나아.



(43~88쪽까지 독서 내용)



#

이 독서 기록은, 저를 위한 독서 기록이라 독자 여러분의 편의를 제공해 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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