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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Aug 21. 2024

≪이방인≫을 읽고

독서 기록

이 책의 인물에 대한 토론이 오늘 있었다.


주인공 뫼르소에 대한 평가 차이:

1. 뫼르소의 죽음 : 부조리에 저항한 것이다 & 고집스럽게 자기 주장하다 꺾인 것이다.

2. 뫼르소는 냉혈한이다 & 평범한 한 명의 개인일 뿐이다.


나는 뫼르소가 고집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스타일을 지키는 것이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치부된다면 이 세상은 자기 줏대 없는 사람들만 사는 곳이 되지 않을까? 고집스러움과 줏대 있음. 두 표현의 의미는 결이 비슷한 면이 있는데, 두 표현 사이엔 좋고 나쁨의 어감 차이가 크다. 뫼르소는 거짓말을 안 한 사람이다. 도덕, 관습을 요구하는 사회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이다. 작품 후반부에서 뫼르소는, 작품 전반부 엄마 장례식 때 보인 태도 때문에 냉혈한으로 취급되어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회적 예절,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관습에 순응하지 않으면 냉혈한인가?


인물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이방인의 뫼르소를 도저히 못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뫼르소는 살인자이다. 그것도 단순히 태양 때문에 살인을 한 사람. 엄마 장례식 건과 관련한 그의 일상 모습까지 같이 법정에서 평가되어 그는 인격적으로도 냉혈한인 사람, 패륜인 사람으로 취급된다. 고로 죽어 마땅한 사람으로 결정된다. 오늘 토론에서는 이 결말이 순리였다고 보는 독자도 있었다. 뫼르소가 자기 변론을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잘한 일, 맞는 일이라고도 얘기한 독자가 있었다.


세상의 기준에서 그가 특이한 사람이긴 하지만, 엄마 장례식에서 눈물을 안 흘리고 담배를 피우고, 밀크 커피를 마신 게 사형 선고의 이유의 된다는 건 이상하다.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 그의 살인이 잘못인 거 맞고 죗값을 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말이다. 엄마 장례식과 관련된 그의 행동이 살인죄에 대한 형량 판결에 영향을 주는 건 불합리하지  않가? 일의 연결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보는 법정 사람들이 시각이 무섭다. 사회, 도덕, 관습의 폭력이 느껴진다. 뫼르소 법정에서 자신이 이방인이라고 느끼는데, 그은 당연한 감정일 것이다.


심지어 그가 장례식 때 눈물을 안 흘린 것, 담배 피운 것, 여자 친구와 다음 날 바로 희극 영화를 보고 수영도 하고 잠자리까지 하며 희희낙락 즐긴 것. 이 모습이 굉장히 손가락질을 받는데.... 난 사실 뫼르소의 이런 면이 요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를 두둔하는 게 아니라, 그의 평소 모습을 이상한 사람, 이방인으로 보는 그 시각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현대, 요즘 사람들의 모습도 뫼로소와 닮아 있지 않나? 집안에 초상이 나는 등 큰일이 있을 때에도, 일상은 간다. 밥 먹고, 화장실도 가도, 아이 보고 웃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 잡고 허그하기도 하고... 그게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게 삶 아닐까? 작품이 발표된 1942년엔 물론 이 인물상이 도저히 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상한 존재로 보이긴 했을 수 있겠으나, 2024년 현대를 사는 내가 이 시대의 인물들과 비교해서 본다면, 그렇게 크게 다르지도 않다고 여겨진다는 말이다.


요즘 장례식 풍경을 보면... 몇 년 전 장례식장에서 고등학생 딸이 문제집을 펴 놓고 공부를 하게 하는 상주 아빠도 봤다.


어떤 남자분이 장례식장에서 아내가 부모님 장례비 계산하며 현금영수증 해 달라고 말했던 얘기를 한 것도 생각난다. 그게 아닐까? 작품의 뫼르소는 극화된 듯하다. 일반인들보다 더 강하게 무덤덤 모드이긴 하지만, 어찌 됐든 상징적인 인물로 본다면 그는 그냥 일상의 삶을 사는, 자기 눈앞의 감각과 일이 우선인 사람. 욕구와 생각에 거짓말이 없는 그런 사람. 그것 같다.


뫼르소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본문에서 뫼르소는 자신이 엄마를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단지 장례식, 번거로움, 자신의 피곤함. 이런 것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슬픔을 표현하지 않는 것도 충격이긴 한데... 이것도 그냥 그런 인물이 있을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키워주신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스스로 놀랍게도 눈물이 안 나오더라는 사람. 남편이 돌아가셨는데 감정이 무덤덤인 사람 얘기도 있지 않던가. 그럴 수  있지 않나 싶다.


뫼르소가 아랍 사람 손에 든 칼에 반사된 태양 빛. 그 태양 때문에 어떤 사람을 원한이나 다른 이유 없이 죽인 것. 물론 그것은 잘못이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 사회에 사는 이상. 하지만 그 일과 연관성이 없는 엄마 장례식 때의 태도를 문제 삼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유형의 인간 유형. 죽음 앞에서 신과 종교를 강요하는 사제 앞에서 뫼르소는 그의 요구를 거부하고 화를 낸다. 뫼르소는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다. 죽을지라도 자기 뜻을 꺾지 않는다. 죽을지라도 자신의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한다. 죽음을 좋아하는 게 아니지만, 죽음을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죽음에 저항하는 인물. 자신에게 세상의 틀, 관습, 심지어 종교까지 강요하며 자신을 죄인 취급하는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인물.


난 뫼르소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그 인물을 통해 이 작품이 상징하는 바는 챙기고 싶다.

관습이라는 이름 하에, 경직된 사고를 하는, 수용력 없는, 그 사회의 무언의 폭력과 그것의 부당함. 그것에 대해 굴하지 않는 개인의 항거를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물론 살인은 안 된다. 그것도 태양 때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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