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순간, 같은 층에 사는 다른 이웃이 들어왔다. 동네 사람들은 그가 여자들을 등쳐 먹고 산다고들 했다. 그에게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창고 감독'이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싫어했다. 그렇지만 그가 가끔 내게 말을 걸기도 하고, 내가 그의 말을 들어 주기도 해서 그가 내 방에 들어와 앉는 일도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게다가 그와 이야기를 나누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의 이름은 레몽 생테스였고, 무척 작은 키에 딱 벌어진 어깨, 권투 선수 같은 코를 갖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단정한 옷차림을 했다. 그도 살라마노에 대해 '불쌍한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 모습을 보면 역겹지 않느냐고 묻기에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층계를 다 올라와 헤어지려 할 때 그가 말했다.
"내 방에 소시지와 포도주가 있는데 같이 드실래요?"
나는 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승낙했다. 그의 집도 역시 방이 하나, 창문도 없는 부엌 하나가 전부였다. 침대 위 벽에는 흰색과 붉은색 석고로 만든 천사상과 운동선수들의 사진, 여자 나체 사진이 몇 장 걸려 있었다. 그는 석유램프를 켜고 호주머니에서 꾀죄죄한 붕대를 꺼내서 오른손을 싸맸다. 왜 그러느냐는 물음에 어떤 녀석이 시비를 걸어서 싸움을 좀 했다고 대답했다.
<이방인> 중에서_알베르 카뮈
필사를 하며 든 짧은 생각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그 순간, 특별히 의미가 없어 보이는 만남일지라도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엄청난 만남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 이 사람과 어울려 놀다 복잡한 일에 엮이게 되는 뫼르소. 자기 인생의 결정타가 된 이 날의 만남.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는 건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