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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Aug 25. 2024

시 낭송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 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이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내일 학생들과 함께 볼 시이다.

환경이 많이 파괴된 요즘이라 

학생들이 이 시를 잘 이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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