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이 Jul 16. 2023

모기

어느 날 모기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어떻게 그 모기와 대화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자면 아주 길고 지루한 이야기가 될 것이기에 굳이 하지 않겠다.


나는 모기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나는 피를 빨아서 보고서를 작성하여 상사에게 보고하지”

모기는 이미 내 피로 가득 찬 빨간 배를 흔들며 말하였다.

“상사는 누구를 말하는 거야?

“누구긴 누구야. 전지전능하신 신이지”


그렇다 모기는 신의 사도였던 것이다.

신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적어도 인간이 신의 사도일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그 자리는 모기가 이미 꿰차고 있었다.


“신은 보고를 받고 뭘 하셔?”

“그 동물이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갈지 정하는 거지”

“그렇다면. 천국과 지옥이 진짜 있다는 말이야?”

“그럼, 오소리든 사슴이든 노린재든 비둘기든 모두 천국에 가기 위해 애쓰는걸”

“그래? 그러면 나는 천국에 가는 거야 지옥에 가는 거야?”


모기는 눈꺼풀 없는 눈으로 나를 지긋이 쳐다보다 말하였다.

“어떻게 인간이 천국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나는 말문이 막혔다.

눈꺼풀이 있는 눈으로 모기를 지긋이 쳐다보다가,

“나의 피를 빨아간 너를 용서하고 살려 보내줄 테니, 날 천국에 보내줄 수 있니?”

라고 물어보려다 말고


전기 파리채로 지지직 지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당벌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