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항공박물관에 가다
잔머리를 잔뜩 굴려서 첫 장과 마지막 장만 풀었다가 혼나고, 밀린 공부를 힘들게 끝낸 아이가 눈치를 보며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꽤 긴 시간 밀린 양을 채워낸 아이가 조금 안쓰러워서 나들이에 나섰다.
막연하게 떠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열심히 검색을 했고, 국립 항공박물관이 당일에도 예약이 가능한 것을 발견했다. "비행기 보러 갈래?"라는 내 질문에 아이는 환호했다.
그래, 가자. 김포공항 역으로.
출발하면서 지하철 시간을 검색하고, 열심히 달려서 간신히 탑승!
여러 번 지하철을 갈아타고 나서야 김포공항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말 낮, 어중간한 시간이어서인지 가는 길이 가깝지는 않았지만 지하철에서는 내내 앉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이는 좋아하는 9호선을 타게 되었다며, 나에게 어디 어디에서 환승을 해서 어떻게 김포공항역에 가면 되는지를 눈을 빛내며 설명해주었다. 이렇게도 지하철이 좋을까. 신기하다.
김포공항을 나와서 5분가량 걸어가면 있는 국립 항공박물관.
건물 앞의 슈퍼윙스 캐릭터와 인증샷을 남기고 올려다보니 건물이 무척 컸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볼거리도 많고 아이도 나도 즐길 거리가 참 많았다. (오랜만에 하는 갤러그 +_+)
여러 체험도 많았지만, 코로나로 사전 예약을 해야만 가능했고, 워낙 소수로 진행되는 관계로 이미 마감이었다. 유료 체험 없이 그냥 돌아보는 것도 꽤 좋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1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갔건만, 우리가 2층을 다 볼 무렵 마감 안내방송이 나와서 아쉬움을 남기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조만간 다시 날을 정하고, 체험까지 예약을 하고 재방문을 하기로 아이와 약속했다.
여러 비행기도 보고, 비행기 엔진과 바퀴도 보고, 여러 영상들도 보면서 비행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제 제법 커서 이런 곳에 가면 아이 스스로 설명을 읽어보기도 하고, 신기하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좀 크니까 박물관에 데리고 다니는 보람이 있구나 싶다.
박물관 밖의 비행학교 분들의 동상을 보고 나서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김포공항의 전망대에 올라가 이륙하는 비행기를 구경했다.
이전에도 와서 비행기를 한참 동안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곳이건만, 아이는 처음 온 것처럼 즐겁고 신난 표정으로 감탄사를 쏟아내며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구체적으로 이전의 방문 경험을 기억하면서도 비행기를 보는 일은 여전히 좋은가보다. 한참을 비행기를 바라보던 아이는 "아, 비행기 타고 싶다.." 하면서 돌아섰다.
국립 항공박물관에서도 김포공항에서도 비행기를 원 없이 본 날이었다.
언제쯤 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엄마, 코로나 때문에 우리 지금 비행기 못 타는 거야?"
"응, 코로나 끝나면 그때 여행 가자."
"하긴. 지금 비행기 타면 우리 쫄쫄 굶어야 되잖아!"
"응?"
"마스크 벗으면 코로나 걸리니까. 아.. 배고파서 여행 못 가겠다."
돌아서며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기내식을 잘 먹지도 않던 꼬맹이가 내심 굶기는 싫었나 보다.
여행 못 가는 이유가 기내식을 못 먹어서였구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