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생과 조카와 아이와 함께 넷이 여행을 갔다.
동성에 동갑내기 사촌인 아이와 조카는 무척 친하고 잘 어울려서, 이렇게 넷이 가는 여행은 두 엄마에게 휴식을 안겨주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숙소에서 TV를 잠시 켜주었다가, 끈 후, 동생과 조카가 대화를 하다가 사건이 벌어졌다.
분명 시작은 장난이었다.
"TV가 나오고 있네?"
동생의 말에 조카가 대답했다.
"어디? 안 나오잖아요."
"아냐, 마음 착한 사람은 보여. 그렇지, 언니?"
동생의 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오잖아. 재미있는 프로 하네. 아까 보던 라바야."
"에이, 안 나오잖아요."
내 말에 아이가 끼어들었다. 그때 조카가 씩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러네. 나오네."
사촌이자 친구인 조카까지 화면이 나온다고 이야기하면서 TV를 바라보자 아이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안 나와!"
"아냐, 착한 사람 눈에는 보이는걸?"
3:1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셋이 모두 TV가 나온다고 하자 아이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9살인데도 이런 장난에 넘어가는구나, 싶어서 귀엽다, 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는데 아이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나 착한 어린이란 말이야~~~ 말썽쟁이 아니란 말이야."
이런.
달래줘야겠다, 싶어서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우리 모두 장난을 친 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아이는 엉엉 대성통곡을 했다.
"나빠, 거짓말쟁이들. 엉엉엉. 거짓말쟁이들!!!"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날이었다.
그 후로 며칠간 아이는 엄마가 저번에 거짓말했을 때 말이야, 하면서 엄마의 거짓말을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녔다는 웃픈 마무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