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줄 수는 없지!
엄마의 취향이고, 그래서 아이도 함께 하다 보니 좋아하게 된 블로커스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내 블록끼리는 꼭짓점끼리만 닿을 수 있고, 상대방의 블록과는 제한 없이 닿을 수 있는, 그래서 판에 가능한 많은 블록을 올려놓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설명만 들으면 단순한 것 같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면 나의 공간지각력의 부족함에 놀라게 되는 게임이기도 하다.
아이와 이 게임을 처음 했을 때는, 아이는 꼭짓점끼리만 닿게 블록을 내려놓는 것도 어려워했었지만, 지금은 제법 주변의 블록들까지도 신경 써가면서 잘한다. 승부욕이 남다른 엄마는 아이와 게임을 하면서도 져주기 위해서 애를 쓰지 않는 편이다. 아니, 그보다는 그냥 엄마도 즐겁게 한다. 그래서 주로 엄마가 이기곤 했는데, 이제 아이의 실력이 점점 늘게 되니 가끔은 아이가 이기기도 해서 더 재미있게 게임을 하고 있다.
어제도 아이와 함께 블로커스 게임을 한 날이었다.
번갈아가면서 블록을 내려놓다가 아차, 싶은 순간이 있었다. 블록을 내려놓자마자 다시 블록을 집어 들었다.
"잠깐만, 이거 말고."
"에이, 엄마, 그건 좀 아니다."
정색을 하면서 어른처럼 이야기를 하는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이건 좀 아냐?"
"그럼~ 무르는 게 어딨어. 그냥 해."
"한 번만 물러줘."
"에이, 엄마~~"
단호한 아이의 말에 포기하고 게임을 진행했고, 마찬가지로 아이 역시 물러달라는 말 없이 깔끔하게 게임을 했다.
그리고 아이가 이겼다.
처음 블로커스를 함께 할 때, 맞지 않는 곳에 블록을 내려놓고 한 번만 봐달라고 조르던 아이가 이제는 제법 커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짜고, 엄마의 공격을 방어해 내고, 때로는 공격도 할 수 있는 아이로 커버렸다. 3,4년 사이에 이 아이가 부쩍 컸구나, 가 느껴져서 왠지 모르게 뭉클한 기분도 드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