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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Oct 28. 2022

빗 속을 뛰어든 여자

인생 1회차

영화를 다 보고 나왔을 때 비가 내렸다. 예고 없이 내린 비. 아침에 일기예보를 확인했을 때 오늘의 날씨는 맑음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고민했다. 방금 버스를 떠나보낸 터라 한참을 기다릴 것인가, 그냥 맞고 갈 것인가. 고민 끝에 빗속을 뛰어들었다. 안 그래도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시원하니 잘 됐다. 걷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인생도 이 비처럼 예측할 수 없는 날들이 아닌가. 우산과 겉옷을 준비해도 날씨는 맑을 수 있고 분명 화창할 거란 예보를 무시하고 비는 쏟아질 수 있다. 알 수 없어서 당황스럽고 반대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재밌기도 하겠다. 이 미지의 세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그것은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김창옥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살다가 우리는 독이 묻은 화살을 맞을 때가 있거든요. 그럼 제일 먼저 어떻게 해야 하죠? 빨리 빼야죠. 근데 우리는 어떤 사람이 쐈을지를 생각해요. 누가 쐈는지 보다 중요한 건 우리 몸에 독이 퍼지는 거니까. 얼른 빼고 치료해주고. 이겨내려고 하지 말고 잠깐 이렇게 계세요. 혼자 있으란 말이 아니라 좋은 만남을 가지란 말입니다."


다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지. 연습게임처럼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알고 뛰어들면 좋을 텐데. 연습이 없다. 인생에는. 전에는 내 눈앞에 벌어진 일이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아, 우산 없는데. 어떡하지. 맞으면 옷 다 버리는데.' 지금은 이렇게 느낀다. '비가 오네. 조금 내리니까 걸어가도 되겠다. 새로운 경험이야.' 매일 당황스럽고 알 수 없는 날이지만 나의 달라진 태도에 따라 내 마음은 바뀐다. 그러니 완벽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조금은 유연하게,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가방 속의 우산을 발견하거나, 조금 가다가 비가 그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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