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시작하기 전의 모습
사랑이라는 이 단어가 주는 무게에 이미 짓눌려 한숨이 나왔다. 사랑은 초콜릿과 같아서 달콤하지만 쓴 것인지. 나도 아직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다. 대개 사랑에 빠질 때 내 모습이 어떠한가. 그것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첫눈에 반했던 경우는 좀 드물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퇴색이 되기도, 현실을 흡수하게 되더라.
먼저 첫 번째 단계는 인지다. 내 시야에 들어온 대상이 호감이건 아니건 그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정도.
다음 단계는 인식이다. 앞의 인지과정과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의 차이가 있다. 이 사람의 어떤 면이 갑자기 내 눈에 들어오고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순간.
예를 들어, 생각해 보니 저번에 밥을 먹을 때 아주 신중히 식당을 골라줬어. 걷기 좋아하는 나를 위해 오래 걸어줬었지. 그 사람의 배려가 눈에 점점 보이기 시작하는 것.
세 번째 단계는 부정이다. 잘- 나가다가 덜컥 겁이 나는 것이다. 겁이 난다는 건 과거의 어떤 경험으로 인해 다시 또 상처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런 뒤의 슬픔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인정이다. 일상 속에 한 사람이 자주 떠오르고 그 사람이 무얼 하는지 궁금해서. 이렇게 말할까 저렇게 말할까 고민하고.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 실실 웃는다거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주 떠오르는 사람. 아직 사랑까진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 감정에 뛰어들어도 될지 충분히 고려한다.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나는 마음을 꺼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당신에게 건넬 것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들게 된다면 아이유의 노래처럼 사랑이 온 것일 테고. 혼자만의 여정이 시작된 거라면 시작과 끝을 스스로 정하면 된다. 깊게 그리고 오래 빠지는 것도 내가, 충분히 아파한 뒤 마음을 정리하는 일도 나의 몫일테니까. 급하게 뛰어들었다가 잘 되었던 경험은 거의 없었지. 이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랑을, 운명을 만드는 것도 나를 던져 볼만한 일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와 당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