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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Nov 29. 2023

결혼에 대하여

매일이 혼란스럽다. 내 인생에서 '이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고 정확히 말하면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정말 나의 일이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난 사랑에 대해 박살 난 사람이라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지배할지 모르겠으나 나만은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 내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10년이었다. 매일이 지옥이었고 눈물로 베개를 적신 날이 일주일에 반 이상이었다. 누군가는 그게 뭐라고. 부모는 부모의 인생이고 나는 나의 인생이라 말하겠지만. 깨진 유리창 같은 영향은 고스란히 내게 박혀있다. 물들어 있고 세포 하나하나가 기억하고 있다.

누구도, 상담 선생님조차도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내 고통은 나만이 알고 있다.

내가 얼마나 처절하고 어두웠는지를.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사랑이 궁금했지만 온몸이 거부하듯 매번 사랑에 실패했다. 흔한 짝사랑의 경험도 열병처럼 끝이 나고, 희미해져 간 지난 연애도 있었다. 사랑이 뭘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결혼,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해야 이루어지는 걸까.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 늘 문을 두드렸다.


그러다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대화가 잘 통해서 여기까지 흘러왔다. 우린 결혼을 이야기하고 있고 현재와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런 대화, 생각과 고민들. 한 사람이 나의 일상에 들어옴으로 평온했던 일상은 기쁘기도 하지만 혼란스럽기도 하다. 두려움이 나를 자꾸 이끈다. '이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지, 난 어떻게 되는 거지' 결혼할 것 같은 생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내게 결혼과 사랑은 좋은 존재가 아님을. 아무에게도 표현하지 못하는 힘듦이 고개를 든다. 편하게 말한 나의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당신이 나에게 무심코 쳤던 장난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그 말이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 사랑은 아픈 것이고 기쁨과 희생, 행복과 좌절, 헌신과 슬픔, 기다림과 인내, 두려움과 막막함. 겪어보지 않은 하루하루가 좋고 걱정된다.


걱정 보따리를 한 아름 모아서 멀리 던져버리고 싶다. 그래, 난 이렇게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한 발 나아가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솔직하고 싶은 사람이다. 생각과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한다는 게 나에게 어려운 일이며 노력하고 노력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런 나의 노력을 가벼이 여기는 당신의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이게 나임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지금의 나는 이전과 아주 다른 사람이 됐으니까. 노력하는 만큼 나를 드러낼 수 있게 됐으니까.


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증오한 부모님. 이 두 가지 감정으로 오래 함께했다. 


앞으로의 우리는 잘 되고 있고 잘 되어 왔으니 잘 되어질 텐데 흐름과 나의 선택에 맡기기로 한다. 나만큼이나 당신이 오랜 고민과 신중함으로 나를 선택하기를 바라고. 그럴 일 없겠지만 우리가 잘 안 되더라도 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람과 사랑이 어려운 나는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매번 호흡을 고를 만큼 온몸이 굳어버리고. 내게 내어준 밝음과 따뜻함을 믿으며 밝은 미소를 당신에게 건넨다. 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지,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또 정리하며 들떴다가 가라앉으며 이 혼란스러움을 견뎌내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이어진다면,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감당할 수 있는 관계가 된다면. 우린 오래 함께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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