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깜깜했던 10대가 다 지나간 것처럼 오지 않을 것 같던 40대도 다 와가니까. 서른 후반의 나는 그래도 꽤 안정이 되었다. 더는 사랑타령 하지 않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였고 자녀는 없지만 둘이서 보내는 삶에 만족한다. 매번 실패했던 다이어트는 마침내 성공해 유지어터의 길로. 원하던 옷을 스트레스 없이 입을 수 있으니 새 삶을 사는 것 같다. 넓은 집은 아니지만 두 사람이 아늑하게 살 집도 꾸려 지낸다. 삶의 터전을 세 번 바꿨다. 고향을 떠나 대학이 있는 곳, 20대를 다 보내고 또 한 번의 도전. 서울에서의 짧은 경험 후 다시 제2의 고향. 결혼과 이직을 위해 다시 새로운 곳을 향해 도전. 변화와 성장이 필요했던 내게 두렵지만 용기를 낸 나는 새로운 환경과 삶에 적응해 왔다. 직장은 어느덧 5년 차가 됐고 나 하나,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됐다.
5년 전 처음으로 병원 문을 두드렸었다. 꽤 오래 진행되었던 우울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그때 그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었다면 난 더 깊은 수렁에서 나오지 못했을 지도. 어느 하나 안정할 수 없던 나의 삶은 일과 사랑, 새로운 가정을 꾸려 소소한 웃음을 짓고 산다.
도대체 이 긴 터널이 끝나긴 할까 괴로웠던 때가 흐릿해졌다. 그러니 이제 훌훌 털고 일어나자. 너에게 새로운, 너와 어울리는 작은 행복이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