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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파 마르죠 Oct 23. 2024

나는 투자 리딩 사기를 당했다 3

고소 고발장 과연 실효가 있을까?

투자 리딩 사기를 당한 게 확실하니 다음 날 신고를 하러 oo경찰서로 향했습니ㄷ다. 경찰서로 향하는 길이 마치 지옥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어둡고 착잡했습니다. 차단기를 열고 들어가 주차를 하고 안내받은대로 본관에서 대기를 하다 경찰관이 나오면 들어가서 피해상황을 진술했습니다. 


경찰관은 저의 어둡고 창백한 표정과는 달리 담담한 무채색의 말투로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듣고는 구두만으로는 접수가 되지 않으니 신고서를 작성하고 톡방 캡쳐 인쇄물,그 동안의 입금내역서 인쇄물를 동봉해서 민원실에 접수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사건은 하루에도 몇 건이나 접수되니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무미건조하게 대하는 걸 보고 참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 안에 들어오기 전 차 안에서 경찰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서에 다녀왔다는 말 끝에 서러움에 복받쳐 오열하기 시작했습니다.

" 세상에 나같은 멍청이는 없을 거야. 나 이제 어떡하지? "

서럽게 서럽게 울며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친구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힘 내라는 위로의 말을 건냈습니다.


집으로 들어와 거실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 동안 가짜 세계에 몰두하느라 진짜 세계의 내 집을 너무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청소할 힘조차 없었습니다. 일단 그 동안 소통했던 밴드리딩방 채팅창에서 사기행각을 증명해주는 채팅 내용을 캡쳐하고, 거래은행에 전화를 걸어 입출금 내역서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아직도 채팅방에서는 뻔뻔하게도 수익을 올린 건에 대한 인증 사진을 올리며 서로 축하해주고 있었습니다.

사이버 세상이라 이름도 얼굴도 전화번호도 모르고 채팅으로만 존재하는 공간에 피같은 돈을 입금했다니 너무 소름이 끼치고 후회와 분노의 감정이 뒤엉켜 저를 삼키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에 돈을 빌려준 지인이 건너 건너 아는 변호사 전화번호를 주며 상담해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는 벌률 전문가가 딱히 없던 터라  그 번호로 연락을 해 보았습니다. 그는 형사소송,  압류 및 민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해 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형사소숭 비용 450만원 민사소송 및 채권압류 비용 450만원, 그것도 지인찬스를 서서 그 정도라고 했습니다. 


제겐 당장 쌀 살 돈도 없었습니다. 


사기꾼들에세 탈탈 털린 상태라 그 돈은 닿을 수 없는 별과도 같은 액수였습니다. 어려운 사정 이야기를 하니, 그 변호사는 경찰친구에게 부탁해 고소 고발장을 쓰고, 가까운 법무사 사무실에서 채권압류만 진행해 보라고 했습니다. 변호사의 조언대로 우선 경찰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신고만 하지 말고 고소 고발을 하는 게 어떠냐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친구는 기꺼이 도와주겠다며, 형사 고소 고발장 양식을 보내주며 다운받아서 내용을 써 보라고 했습니다. 언제 누가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6하 원칙에 따라 디테일하게 적고 사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톡방 내용을 다운받아 출력하고 사기꾼에게 보낸 입금내역서도 서류에 첨부해서 경찰서에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민사 소송에서의 채권압류는 형사 소송에서 압수와 똑 같은 효력이 있으니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고발장에 상대방 계좌를 압수해 달라는 내용을 첨부헤서 적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손이 마구 떨리고 진정이 되지 않아 아무것도 쓸 수 없었습니다. 마음 한 쪽에서 어서 빨리 고발장을 써서 제출하라고 아우성치고 있었지만 무력감과 허무함에 단 한 글자도 쓸 수 없었습니다. 


'내가 왜? 왜 사기를 당해?'


  내 돈, 카드대출, 카드깡, 제2금융권 대출 등의 몹쓸 단어들만이 머리속을 마구 헤집아놓았습니다. 사기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총 맞은 것처럼 몸 여기저기에 구멍을 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사기를 당했습니다.


 살인과도 같은 몹쓸 투자 리딩 사기를 당했습니다. 누군가 제 눈과 코와 사지를 베어가는 듯한 아픔을 느꼈습니다. 큰 딸은 제가 걱정이 되어 위로의 말을 한답시고 후배 엄마의 암 투병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암 투병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그래도 엄마는 몸이 건강하니 돈은 또 벌면 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오히려 제 기분을 더욱 다운시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 얘기도 하지 마. 남이 암 걸린 이야기 하나도 귀에 안 들어 와.'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새벽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소장을 작성했습니다. 고소장을 작성하다 보니 누가 봐도 완벽한 사기인데 눈 먼 장님처럼 한치 앞을 보지못하고 사기행각에 놀아난 제가 너무나도 병신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소장을 들고 두 번째로 경찰서 행차를 했습니다. 경찰서라곤 운전면허증 갱신하려고 갔던 기억밖에 없는데, 사기를 당해 고소장을 들고 경찰서에 향하는 기분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민원실로 가서 담당자에게 접수를 하는 동안 담당자분이

"사기 액수가 너무 크네요. 제 여동생도 몇년 전 천만원 상당의 보이스 피싱을 당했는데, 6개월이 지나서 찾아 줬어요. 요금 이런 사기가 극성이네요."


저는 돈을 찾았다는 소리에 귀가 번쩍 뜨여서 어떻게 찾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여동생 건은 보이스 피싱이라 상대방 계좌 압류가 가능했지만, 제 건은 투자 리딩 사기라서 바로 압류가 불가하다는 내용의 말을 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투자 리딩 사기의 채권 압류( 형사에서는 압수에 해당) 는 경찰이 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법원에서 압수판결이 결정되어야 가능합니다. 민원실 내에 변호사 상담이 가능하니 받아보라고도 했습니다. 일단 고소고발장을 접수하고, 변호사와의 상담을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대기실 유리문에 쓰여진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 투자 리딩 사고 예방. 앱을 다운받게 하거나 그 앱에서 돈을 입금하라고 하면 100% 사기이다. 사기신고 전화는 132번.' 


평소에 들어오지 않았던 문구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어왔습니다. 돈은 쓰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도 스쳐 갔습니다.

'  이제 와서 이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한 지인의 말도 생각났습니다.


' 돈이 없을수록 사기를 많이 당한다. 돈이 없으니까 달콤한 유혹에 끌린다. 부자는 사기에 당하지 않는다. '라구요.


성경 구절에서도 돈을 사랑하는 것이 악의 근원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칼이 셰프의 손에 들리면 멋진 요리가 되지만, 강도나 사기꾼의 손에 들리면 저처람 칼에 휘둘리는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제 순서가 되어 변호사에게 거의 하소연에 가까운 상담을 했습니다. 변호가 아닌 하소연의 시간은 20분이 넘도록 계속되었고, 변호사님은 실질적으로 도와줄 게 없으며, 민사도 형사도 기대하지 말고 그런데 돈 쓰지 말고, 현실적으로 돈을 어떻게 갚을 건지 그리고 개인회생에 촛점을 맟춰 보라고 했습니다. 


집에 오면서 너무 화가 치밀었습니다. 세상은 저의 이런 비통한 심정에 상관없이 잘 돌아가고 있고, 개인 한 사람의 사기 사건에 아무도 신경써 주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말입니다. 심지어 경찰아나 은행에서도 보이스 피싱을 당하면 채권압류를 바로 실행해 주고 투자리딩 사기인 경우 여러 절차과 경로를 거쳐야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절차와 경로를 거치는 동안 돈을 찾고 범인을 잡는 황금 시간은 놓치게 되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리고 요즘 홍보로 인해 보이스 피싱은 근절된 상태고 2년 전부터 투자 리딩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사기피해를 막기 위해 법 개정을 하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이 비합리와 모순으로 가득 찬 시스템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무력하게 만듭니다. 저는 지금 당장 돌아올 카드비와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로 낙인이 찍힐 판입니다  반면에 제 돈을 갈취한 사기꾼들은 저와 같은 또 다른 사냥감들을 찾아 활개치고 있으며, 제 돈을 가지고 돈잔치를 벌이고 있겠죠?


 저는 비관론자도 비관론자도 아닙니다. 다만, 제가 당한 불합리한 사기를 알고 있음에도 잠잠히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으라는 담당 형사의 말이 소리없이 제 마음을 찌를 뿐입니다.


무슨 놈의 세상이 이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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