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엔 내가 좋아하는 음악 종류를 대충 다뤄봤다면, 이번엔 지금까지 살면서 노래만 듣고 눈물을 흘렸던 경험을 짧게 써볼까 한다. 총 3곡이 있고 여전히 내 플리 속에서 자주 들려오는 곡 들이다.
1. I'm fine thank you - 레이디스 코드
2013년 발매된 이 곡은 처음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나 역시 이 곡을 알게 된 건 출시 이후 1년이 지난 후였다. 이 곡은 수록곡 중 하나이고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은 레이디스 코드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예뻐 예뻐"이다. 나 역시 "예뻐 예뻐"를 통해 레이디스 코드를 처음 알게 됐고, 파워풀한 가창력과 호소력 있는 가사를 겸비한 신나는 노래였다. 나 역시 따라 부르며 즐겨 들었던 곡이다. 1년이나 지난 후에 I'm fine thank you를 접하게 된 이유는 2014년 9월에 있었던 사건 때문이다.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였던 은비와 리세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는 당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 가수의 부고는 생각보다 더욱 슬픈 일이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음악을 들으려 음원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이 곡이 차트 1위를 하고 있었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어떻게 1년이 지난 노래가 지금 1위를 했을 수 있을까 짐작을 대강 할 수 있던 나는 노래를 재생시키고 찬찬히 들어봤다.
"아무 일없듯이살아가다보면은 혹시 나를잊을수도있죠,
아주 가끔 내 생각이 나더라도 잘 있으니 걱정 말아요"
...
"너무 보고 싶어 힘들어질 때면 바람 되어 불어주고,
가끔 저 언덕에서 내 이름 부르며 달려와 힘껏 안아주렴"
I'm fine thank you 가사의 일부분이다. 첫 두 줄에서 울컥하고 이후 두 줄에서 눈물이 흘렀던 기억이 난다. 그때 중3이었던 나는 죽음을 가까운 곳에서 느껴본 적은 아직 없었지만, 고인이 된 두 사람이 하늘에서 아래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저 가사를 얘기해 주는 모습을 어렴풋이 상상만 해봐도 눈물이 나오긴 충분했던 것 같다. 팬 분들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의 힘으로 음원차트 1위를 만들었다는 기사는 이 곡을 들은 이후에 접하게 됐다. 이젠 가끔 퇴근길에 듣는 마음 차분한 곡이 되었지만, 이 곡을 들을 때마다 14년 그때 느낌이 되살아나곤 한다.
2. 내 남자친구를 부탁해 - 윤하
제목에서 어렴풋이 알 수 있듯이 내 애인이 다른 이성에게 가버리고 혼자 남은 내가 그들에게 노래하는 곡이다. 이 노래 역시 처음 접한 건 14년, 중3 때였다. 그때에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나는 내 애인을 누군가에게 뺏긴(?) 경험은 없다. 하지만 이 곡의 전개와 윤하의 호소력 짙은 가창력을 듣고 있으면 곡에 몰입하기는 충분하다.
나는 중3 때 외고 진학을 준비했었다. 나와 부모님 모두 생각에 없었던 계획이지만 학원 선생님께서 프랑스에서 살았었던 경험을 살려 외고를 노려보자는 말씀에 바로 추진했던 기억이 있다. 이때 처음으로 면접이란 걸 준비해 봤고 인터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 깨닫게 됐던 경험이었다. 이 날도 여느 때처럼 외고 입시 준비를 하며 된통 깨진 날이었다. 늦은 밤에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이 노래를 듣고 있었고 밖에선 비가 오고 있었다.
이 곡의 클라이맥스는 윤하의 애절한 샤우팅이 포인트인 최후반부이다. 비록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몰랐던, 그 가사의 내용을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았던 나였지만, 윤하의 그 소리치는 감정만이 오롯이 조금 힘든 날을 보내고 연약해진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고 남모르게 눈물을 훔쳤었다. 윤하 팬으로서 당연히 추천하고 싶은 곡들 중 하나이다.
3. 형 - 노라조
2009년에 발매된 이 곡 역시 많이 알려진 곡이다. 하지만 내가 이 곡을 알게 된 건 한참 후 2020년, 내가 대학생이 된 후였다. 미국에서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오랜만에 방문한 한국에서 친구들끼리 코노를 갔다가 한 친구가 이 노래를 불렀을 때 처음 알게 됐다. 그때 당시에는 그저 친구들끼리 지르면서 재밌게 즐기던 분위기라 이 노래에 별 감흥이 없었지만 가사가 눈에 띄었어서 플리에 담아두었었고, 이후에 혼자 밤거리를 거닐던 도중 이 노래를 다시 주의 깊게 들어봤다.
내 대학교 1학년 생활은 그리 즐겁지 않았다. 생각보다 새로운 친구 만들기는 쉽지 않았고 맘에 맞는 동아리 역시 찾기 어려웠으며 미국 의대 준비를 위해서는 새내기 때부터 학점관리를 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사는 일이 허다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1년을 버텨내고 고향에 돌아와 입김이 나오는 밤거리를 걸으며 들었던 이 곡은 내게 꽤나 큰 위로가 되었다.
"부딪히고 실컷 깨지면서 살면 그게 인생 다야 넌 멋진 놈이야"
이 곡에서 내가 울음을 터뜨렸던 부분이다. 아마 힘든 시기를 보내는 많은 20대 청춘들, 특히 남성들이 이 노래를 듣고 울컥하지 않았을까 싶다. 괜히 나무위키에서 자살 방지곡으로 불리는 게 아닐 것이다. 요즘도 가끔 지치는 날들이 있을 때 많은 위로가 돼주는 곡이다. 나중에 노래방에서도 도전해 본 곡이지만, 음.. 다신 시도해보지 않으려 한다.
여담으로 이 곡의 원곡이 따로 있다는 걸 이후에 알게 됐다. 멜로디가 완전히 동일하고 가사만 다르다. 같은 앨범에 실려있는데 솔직히 좀 충격이었지만 참 노라조다운 곡이다라고 느꼈다. 알 사람들은 아실 테고, 궁금하면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금방 나온다.
지금까지 많은 노래를 들으면서 울컥한 적은 많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울게 했던 음악들은 이렇게 세 곡이다. 여전히 내 플리 속에서 간간히 재생되고 있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들이 나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