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nah Aug 19. 2017

날 좋은 오월에 가끔씩 눈이 시큰거리는 건

좀처럼 잊을 수 없던 친구의 이야기

우리 어머니가 광주분이신데

남동생, 그러니까

막내 외삼촌이 계셨어


80년에 삼촌은 대학교 1학년

늘 몰려다니는 친구들 여섯과

왁자지껄 신나게 떠들고 즐기는

보통의 남자아이였다고 해


그런데 5월 그 때

광주에서 그 난리가 났던 때에

서슬퍼런 아버지의 단속으로

어머니와 자매들, 남동생이 모두

차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만 있었다고 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고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날짜가 며칠 지난 뒤에

삼촌은 밖으로 나오자 마자 친구들을 찾았는데

백방으로 찾아 다녔는데


그들을 찾은 곳은

결국 병원이었다고 해


그 친구 여섯이

모두 다

하나 같이 다

죽어버렸던 거야

자기만 빼고

그 사고뭉치들이

다 싸늘하게 식어있더래


밝고 수다스럽던 삼촌이

집에 붙어있던 날이 없던 아이가

숫기가 없어지고

웃음이 옅어지기 시작한게

그 즈음부터 였대


그리고 우리 삼촌은,

결국 산으로 들어가 중이 되었어


나는 이 얘기를

좀 크고나서 엄마한테 나중에 들었어


삼촌은 말 수가 없어서

우리가 만나러 가도

그저 앉아서 조용히 불경을 외우면서

목탁만 칠 뿐이었거든


아무런 말도 않고

탁탁탁탁탁탁

목탁만 치고 계셨거든

그래서 나는 지금도 삼촌의 뒷모습 밖엔

잘 기억이 안나




*



삼촌의 마음엔 뭐가 있을까

삼촌의 눈에는 뭐가 보일까


차마 짐작할 수 조차 없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겁이 나고 아득해지는

어떤, 그늘


눈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명백히 빼앗겨버린 것들

사라져버린 것들

짓밟혀버린 것들


그리고

말이 없는

삼촌의

목탁소리


그런 것들이 유난히 다시 떠오르는 8월


작가의 이전글 술 먹고 한 얘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