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더러 잘했다며, 아프다는 너에게 inspired by 윤종신-좋니
사실 며칠전에 네가 술마시고 찾아왔을 때
조금 당황했어
너도 잘 지낸다는 이야기만 듣고 있었으니까
그런 줄로만 알았으니까
네가 꼬인 혀로 했던 말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좋은 사람 만나 잘 지낸다는 얘기 들었다고,
잘했다고
그러면서 나한테 물었지, 좋으냐고
자기만 힘든것 같아서 억울하다고도 했어,
니가 조금 더 힘들었으면 좋겠다면서
기억 못해도 할 수 없지,
넌 원래 술버릇이 별로였으니까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누굴 만난다는 얘긴 사실이 아냐
그래 솔직히, 시도를 해봤다는건 인정할게
그런데도 넌 나에게
좋냐고... 좋냐고...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면서,
그냥 들어가라는데도 몇번이나 '좋냐'고
참 집요하게도 묻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지
'그래, 좋다'고
그러니까 너, 제법 씁쓸하게 웃더라
하지만
내가 그 때 뭐라고 대답해야했을까?
넌 이미,
비련의 남자 주인공이 될 마음으로 찾아온거잖아
난 예전 추억같은건 다 잊어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새 연애를 시작한
잔인한 전여친 역할이었던거잖아
사랑을 시작할 때
내가 그렇게 예쁘다고 네가 그랬지
그럼, 사랑이 끝날 때 쯤엔
넌 왜 그렇게 비겁하게 날 놓아버렸니?
우리 서로 너무 사랑했었잖아,
그래서 행복했고,
그만큼 힘들었잖아
나, 너 때문에 연애 불구야, 라고 말하면
로맨틱하겠지,
그렇기야 하겠지만
난 그러기 싫었어 아니 그럴 수가 없었어
허전해서가 아냐
나도 힘들어
내가 믿었던 사랑,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
그 많던 약속들이 무너져서 힘들어
누굴 만나도
아무리 좋아도 어차피 끝이 있을 것 같아서
우리 얘기처럼 어차피 그렇게 될 것 같아서
너랑 헤어진 게-
솔직히 말하면 너무 아파서
마치 내 삶의 모든 연애가 끝나버린것만 같아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지 확인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어
그래서 필사적으로 찾았어
다른 사람,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좋냐고?
아니, 사실은 불안해
다시는 그렇게 사랑할 수 없을까봐
불쑥불쑥 우리 추억이 생각나서
네 생각이 나서
아마, 사랑을 시작할 때의 나,
이젠 네 생각만큼 예쁘지 않을지도 몰라
그렇게도 선명하고 반짝거리던 것이
한 순간에 모조리 잊어야만 하는 추억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걸
이젠 너무 잘 알아버렸으니까
우리의 연애는 다 지나간 일이니까
새삼스레 네 탓만 하고 싶진 않아
하지만,
미워
내 속도 모르고
좋냐고만 묻는 너
'사실은 안 좋아'란 대답따윈 애초에 계산에 없는
찌질한 전남친 역할에만 몰입되어 있는 너
예뻤던 '시작'만 기억하는 너
행복한 만큼, 그 이상으로 힘든 그 길을 다시 걷자고
손내밀만큼의 용기는,
아마도, 없을 너,
그래서 나한테 어리광 부리는 너
그러니까 난 그냥
'그래, 좋다'고 대답한거야
그럴 수 밖에 없던거야
그러니까
너만 혼자 아직도 헤어지는 중인건 아닐거야
네 진심 만큼, 나도
빌어줄게 네 행복
가누지 못하는 네 몸을 부축하고
택시를 불러 잡으면서
이유도 없이 조금 눈물이 났어
하지만 네가 그랬듯이 나도 용기가 나질 않아서
차마 네 손을 잡지 못했어
참 좋은 사람, 까진 못되더라도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자
지금의 십분의 일 만큼이라도
너도 나도,
그래서 정말 좋아지길,
다음번엔 이렇게 몇 번이나 묻지 않아도 될 만큼
그게,
지금의 내가 겨우 할 수 있는 말이야
이제 괜찮니
너무 힘들었잖아
우리 그 마무리가
고작 이별 뿐인건데
우린 참 어려웠어
잘 지낸다고 전해 들었어 가끔
벌써 참 좋은 사람
만나 잘 지내고 있어
굳이 내게 전하더라
잘했어 넌 못 참았을거야
그 허전함을 견뎌내기에
좋으니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니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헤어나오지 못해
니 소식 들린 날은 더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니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
진짜 조금
내 십분의 일 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
억울한가봐
나만 힘든것 같아
나만 무너진 건가
고작 사랑한번 따위
나만 유난떠는 건지
복잡해 분명 행복바랬어
이렇게 빨리 보고 싶을 줄
좋으니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니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헤어 나오지 못해
니 소식 들린 날은 더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너도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
진짜 조금
내 십분의 일 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
혹시 잠시라도
내가 떠오르면
걘 잘 지내 물어봐줘
잘 지내- 라고 답할걸 모두 다
내가 잘 사는 줄 다 아니까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너무 잘 사는척 후련한 척 살아가
좋아 정말 좋으니
딱 잊기 좋은 추억 정도니
난 딱 알맞게 사랑하지 못한
뒤끝 있는
너의 예전 남자친구 일뿐
스쳤던 그저 그런 사랑
- 윤종신 '좋니'
p.s
윤종신님의 모든 가사를 좋아합니다
이 노래 역시 즐겨 듣고 있습니다
반복해서 노래를 듣다보니
이 남자의 전 여친은 어떤 마음일지를
문득 상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원곡 가사에 대한 평가나 비평이 아닌,
어디까지나 제가 이 곡을 듣고서
생각한 것을 적은 '픽션'임을 밝혀둡니다